인천과 경기도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품귀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천의 일부 구에서 이달 중순부터 가정용 봉투 판매량이 평소의 두세 배로 급증했고, 상당수 판매소에서 품절사태도 발생했다.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자 급기야 1인당 1장으로 구매를 제한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경기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원과 성남 등 경기 일부 지역에서 각 판매소의 종량제 봉투 판매가 급증했다. 재고 여부를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의 문의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를 가공해 만든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이 나프타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수입 물량이 70%나 줄어든 데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윤이 적은 나프타의 생산량을 줄인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원료 공급 부족으로 제조업체들이 불가피하게 생산량을 줄여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제품 생산 중단과 구매 불가, 그리고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전쟁이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대통령은 여러 차례 그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늘 그렇듯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법석이다. 미리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정부는 급기야 지난 27일 자정을 기해 나프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긴급조치까지 취하면서 국민들의 불안 심리 달래기에 나섰다.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국민 안심시키기 작전 돌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와 경기지역 기초지자체들이 주말부터 일제히 ‘5~6개월 치 정도의 물량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대주민 홍보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미 ‘사재기 리스트’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종량제 봉투를 비롯해 생수, 화장지, 물티슈, 샴푸, 치약, 세제, 생리대, 성인용 기저귀 등 필수 소비재들이다. 불안심리가 확산되면 정부와 유통업계가 아무리 재고가 충분하다고 강조해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진 속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심지어 한꺼번에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정부는 임시·단기 처방을 넘어 수입선 다변화, 원료 수급 정보의 투명성 제고, 재생원료 활용 확대 등 그야말로 복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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