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원가 급등·인천 산업 경고등
석유화학 등 제조원가 20% 상승
물류비 부담에 수출입 물량 감소
원자재 수급 불안 뿌리기업 흔들
소비침체 신호 ‘전쟁추경안’ 대책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지난달 27일 시작된 중동전쟁이 한 달을 넘어섰다.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예측은 빗나갔고, 중동발 공급망 위기는 한국경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2차 석유 최고가격’이 1차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고유가’는 ‘뉴 노멀’로 현실화됐다. 정부는 ‘중동전쟁 품목별 민생물가 대응 방안’을 통해 43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중동 정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오일쇼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수출·물류 산업을 기반으로 한 인천에서 위기 확산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인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계, 금속 업종 기업들은 중동전쟁 이후 제조원가가 20% 이상 상승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동전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나프타 수입 물량의 80% 이상이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중동국가에서 들어온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에 필요한 핵심 원료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인천항에서는 수출입 물량 감소 흐름이 감지된다. 화주들 사이에서 “물류비 부담이 큰 시기인 만큼, 급하지 않은 화물은 나중으로 미루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고유가’ ‘해상운임 상승’ ‘컨테이너 수급 불안’ 등이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항만 화물이 줄게 되면 인천항 기반의 육상 물류업과 창고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중동 연관 기업의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인천지역 석유정제·화학 업종의 공장 가동률은 감소하고 있고, 비축 재고 소진에 따른 추가 가동률 하락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발표한 ‘3월 인천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응답한 제조업체는 22.1%로 전월(12.2%) 대비 9.9%p 증가했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정밀가공 등 제조업 전반 핵심 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한 뿌리산업도 흔들리고 원자재 수급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다. 알루미늄을 만드는 주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인천 업체들이 쓰는 보크사이트 물량 중 20%가량이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에서 들어온다. 규모가 작은 사업체의 경우 원재료 비축 여건이 부족해 빠른 수급이 중요한데, 중동전쟁으로 그 길이 막혔다. 인천 뿌리산업 사업체는 2023년 기준 5천861개사, 종사자 수는 6만3천594명이다.
내수 소비가 얼어붙을 조짐이 보인다. 소비 침체 신호가 나타나면서 정부도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6일 리터당 휘발유 최고 가격을 1천934원, 경유 최고 가격을 1천923원 등으로 지정하는 2차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추가 인하(휘발유 7% → 15%, 경유 10% → 25%) 등을 발표했다. 3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25조원 규모의 ‘전쟁 추경안’에는 소득수준 하위 50%를 대상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안도 포함됐다.
박주봉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3고 위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라며 “현 시점에서는 기업인들이 중동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버틸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게 최선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김주엽·유진주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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