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버스 요금을 정산하는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과정을 인천시가 민간에 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 중구의 한 대형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연간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버스 요금을 정산하는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과정을 인천시가 민간에 맡긴 채 뒷짐만 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 중구의 한 대형 차고지에 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시가 연간 3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버스 요금 정산을 담당할 교통카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경쟁업체들이 선정 권한을 쥔 인천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수백억원대의 이른바 ‘기여 방안’까지 제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운수업체 손실 보전에 매년 2천억원 이상의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그 부담의 주체인 시가 아닌 조합이 주요 조건을 좌우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인천시운송조합이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 사업자로 선정한 (주)티머니는 오는 5월부터 10년간 인천지역 버스 결제 요금의 정산 업무를 맡는다. 티머니는 결제 정보를 수집·정산하고 그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요금의 2~3%를 수수료로 가져가게 된다. 논란의 불씨는 조합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티머니와 (주)이동의즐거움에 ‘기여 방안’을 제시토록 한 점이다. 제시된 금액도 최소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버스 운수사들이 공제조합에 미납한 보험료도 200억원 정도다. 인천시운송조합 측은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하지만,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교통카드 사업자에게 기여 방안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법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월 신규 교통카드 사업자를 직접 공모했다. 경쟁을 통해 140여억원의 재정 부담 완화 효과를 냈고 투자도 이끌어냈다. 서울시와 광주시 역시 시가 사업자 선정에 직접 관여한다. 인천시처럼 수수방관해서는 기여 방안이 시민의 교통 편의 확대 등 직접적 혜택으로 쓰일지, 운수사의 사익을 위해 쓰일지 알기 어렵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만큼, 요금 정산 체계와 사업자 선정 과정 역시 공공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한다.

인천시 측은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버스조합이 주체가 돼 교통카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기여 방안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권과 직결된 공공 인프라에 관한 결정이다. 교통카드 사업자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에도 엄밀히 보면 시민들의 혈세가 녹아 있다. 이제라도 시는 타 지자체의 사례를 분석하고, 명확한 선정 기준을 설계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예산은 공공이 부담하고, 권한은 민간이 좌우’하는 왜곡된 형태를 고착화해서는 안 된다. 견제와 균형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