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합리적 집단 결론은 아냐

공약, 자원배분 기능 왜곡하기도

인천경제가 내실 다질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한 시점

김하운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
김하운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인천경제는 2025년 중 0.5%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1998년 외환위기(-13.6%),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4%), 2020년 코로나19 위기(-2.7%) 이후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인천은 다시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선거는 당연히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 각 후보의 구체적인 선거공약이 모두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과연 인천 시민들이 어떤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경제정책의 선택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거시경제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수인 기준금리 결정이 대표적인 예다. 이론적으로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적정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초과 수요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를 의미한다. 테일러 준칙(Taylor Rule) 같은 정교한 수학적 모델을 통해 해답을 산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기준금리는 중앙은행 금리결정기구 위원들의 투표로 정해진다. 이는 단순히 이론적 최적값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다양한 경제 주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경제적 의사결정의 민주화’ 과정에 가깝다. 과거 군주나 독재 권력이 자의적으로 화폐 가치를 훼손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데이터에 기반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금리는 단순히 돈의 가격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채무자에게 유리하고, 고금리는 예금자에게 유리하다. 따라서 투표를 통한 결정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사회 전체의 후생을 고려한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적 절차’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압력과 대중의 요구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여기서 ‘선거의 역설’이 발생한다. 투표 절차가 항상 합리적인 집단적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이러한 모순은 극대화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쏟아지는 공약들은 종종 정책당국의 전문적 의사결정을 위협하거나 시장의 자원 배분 기능을 왜곡하기도 한다.

인천의 예를 들자면 그 모순과 우려가 조금 더 가까이 느껴진다. 경제가 도시화·고도화·선진화되고 전자화(또는 디지털화)되면 근로자 중 자영업자(비임금근로자)의 비중이 감소한다. 경제의 효율화에 따라 자영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시도와 달리 인천에서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자영업자 비중이 줄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의 자영업자에 대한 강력한 지원 요구가 정책에 반영된 때문이다. 그동안 소상공인 대출 보증 확대와 지속적인 연장지원이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을 지연시키면서, 지역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인천시 경제정책의 중심에 있는 중소기업지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본래의 정책 의도는 성장과 고용 촉진이다.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그 성장 효과를 지역경제에 파급시키고, 중소기업의 채용 확대를 지원함으로써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임과 동시에 실업률을 낮추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인천의 평균적인 근로자 임금 수준은 전국 평균보다 낮고 근로시간은 더 길다. 성장지원 정책이 근로자의 평균적인 보수 증가보다는 기업 측의 이익(내부유보) 증가로 귀결되었고, 고용 촉진 정책은 오히려 비상용근로자 채용증가에 의한 저임금 근로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라도 시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경제의 양극화와 근로 시장의 이중구조화를 심화시키는 모순을 낳고 있는 셈이다.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투표라는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투표를 통해 ‘합리적 공약’을 선택함으로써 중우(衆愚)정치의 위험을 피하고 미래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인천 경제가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선거의 소음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냉철한 경제적 판단과 이를 뒷받침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하운 인천사회적은행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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