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우미사업 ‘지역돌봄’ 새모델 제시
‘어르신 섬기는 충효도시’ 비전 2022년부터 사업
시작 3년만에 경로당 6.3배·봉사자 수 7.4배 증가
노인일자리 ‘또래끼리’·식사 지원 ‘밥퍼스’ 추진
현재 지역 233곳에서 하루 평균 2천여명 참여
만족도 2022년 96% → 2025년 97.4%로 상승
이충우 시장 “스스로 돌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여주에서 2022년 시작된 ‘식사도우미사업’이 어르신들의 일상에 따뜻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 끼 식사를 넘어 안부를 나누고 관계를 잇는 지역 돌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고독과 결식을 덜어주는 든든한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능현1동 ‘한 끼’로 채우는 마을공동체
명성황후 생가가 있는 마을로 더 이름난 여주시 능현1동. 마을 경로당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4명의 부녀회원이 점심식사를 준비한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으니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났다. 그사이 이곳의 점심 한 끼는 어르신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최근 찾은 능현1동 경로당. 곽순옥 부녀회장과 회원 3명이 식재료를 손질하고 있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아욱국, 갈치구이, 겉절이, 유채나물, 바나나, 떡. 주민 한명이 도토리묵을 후원해 점심 메뉴가 더 푸짐해졌다. 11시쯤 되자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모이신다. 이날 식사인원은 20여 명. 겨울 농한기엔 30~40명이 모인다하니 경로당 등록회원 중 절반 이상이 점심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수저를 놓고 상차림을 돕는 일은 비교적 젊은 경로당 회원들의 몫이다. 식후 커피를 타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최재석 노인회장은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누군가의 지시를 받으면 썩 내키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나서주니 스스럼없이 생활한다”고 귀띔한다.
93세로 마을 최고령인 이모 할머니는 “난 점심시간이 하루 중 제일 즐겁다. 맛난 음식도 좋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깍듯이 대접까지 받으니 기분이 좋다” 하신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집에서 혼자 먹으면 밥맛이 없다”며 매번 점심때면 경로당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식사자리에서 봉사자들이 한 어르신의 치매 징후를 먼저 알아채 따로 사는 가족들에게 알려 치료를 받게 한 일도 있었다.
■ ‘어르신을 잘 섬기는 충효도시 여주’ 경로당 233개소 혜택
‘초고령화’ 지역인 여주는 노인 돌봄 수요가 급증했다. 2026년 2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8%를 넘었다.
이충우 시장은 ‘어르신을 잘 섬기는 충효도시 여주’를 시정 비전으로 내걸고 2022년 9월 식사도우미사업을 시작했다. 초기엔 18개 경로당, 90명의 봉사자가 참여했으나 2025년 말 233개소, 979명 규모로 확대됐다. 불과 3년만에 참여 경로당은 6.3배, 봉사자 수는 7.4배로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월 시작된 능현1동의 식사도우미사업 첫 해엔 하루 평균 5만원씩 연간 1천200만원 부식비가 들었다. 쌀은 질 좋은 여주쌀을 쓰는데 그 비용은 경로당에 지원되는 양곡으로 충당하고, 채소는 경로당 텃밭 1천500여㎡에서 손수 재배한다.
경로당 밥상은 마을 안테나 역할도 한다. 정병훈 이장은 “예방접종이나 농민수당 신청 같은 정보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소통의 장이 되니 좋다”고 말했다.
■ ‘밥퍼스’와 ‘또래끼리’, 고령사회의 새로운 돌봄 모델
한 끼 밥상이 어르신들의 고독과 결식을 막는 ‘최후의 안전망’으로, 또 소통의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간과 예산이 문제다. 애초 경로당 건물이 식사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 경로당 증축과 리모델링은 예산 부족과 건물 노후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자 4명이 매주 5일(월 20회)씩 일해야 하는 고용 구조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또래끼리’를 먼저 추진했으나 인력 운영에 한계가 있어, 자원봉사자를 활용한 식사지원사업인 ‘밥퍼스’를 함께 추진하게 됐다”며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 여주시자원봉사센터가 ‘밥퍼스’를, 시가 노인일자리사업으로 ‘또래끼리’를 각각 운영하며 상호 보완적 체계를 갖췄다.
■ 90% 높은 만족도… 지속가능 지역 돌봄시스템 기대
현재 여주지역 경로당 341개소 가운데 233개소에서 식사도우미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루 평균 식사인원은 2천여 명에 이른다. 마을 단위 노인회와 부녀회, 그리고 자원봉사단체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봉사자 수급도 점차 안정됐다. 수혜 어르신과 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도 사업 첫해인 2022년 96%에서 2025년 97.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단순히 한 끼를 제공하는 일을 넘어,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마음을 나누는 복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넘어야 할 산도 아직 많다. 미참여 경로당이 아직 108개소에 달하고, 능현1동처럼 공간 협소와 예산 부족으로 구조적 어려움을 겪는 현장도 적지 않다. 소수의 고정 봉사자에 의존하는 운영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이 시장은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사업의 참여도를 높여가는 단계”라며 “모든 경로당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하고, 봉사자분들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더 단단히 만들어 지역이 스스로 돌아가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에서는 “밥퍼스가 자원봉사자의 헌신에 기댄 선의의 사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 돌봄시스템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공간 확충과 예산 안정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르신이 웃는 도시, 밥상에서 시작합니다”라는 이 시장의 말처럼, 따뜻한 한 끼가 고령사회의 새로운 돌봄 모델로 자리잡아가길 기대해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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