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업체 ‘풍요 속 빈곤’… 고착된 협력망 풀어야 지역경제 산다

 

하도급 참여율 30% 수준… ‘수도권 통합’에 도내업체 진입장벽 커

지역 배제 고착화… 발주 단계부터 참여 유도·거래 구조 손질해야

정책 방향 전환 필요… 인허가 등 실질적 유인책 마련해 시장 회복을

이성수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이 “경기도 지역건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 행정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6.3.31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이성수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이 “경기도 지역건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 행정이 동반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6.3.31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경기도 건설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대형 개발사업과 도시 확장으로 물량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시장은 커졌지만 일감은 외부로 흘러가고 지역 업체들은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경쟁력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경기도 건설산업의 과제는 ‘규모 확대’가 아니라 ‘지역과의 분배 구조 재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역 업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현재의 시장의 확장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수원시 장안구 전문건설회관에서 만난 이성수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은 인터뷰 내내 “경기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 전문건설업체들의 하도급 참여율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고 이는 전국과 비교할 때도 낮은 수준”이라며 “지역에서 체감하는 건설 경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진단했다.

■ 공사는 ‘경기’, 일감은 ‘서울’ 넘기 힘든 구조의 벽

이 회장은 건설 현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시장 구조를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공공공사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민간공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1군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 협력업체 중심으로 하도급을 구성하다보니 도내 업체들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의 배경에는 ‘수도권 통합’이라는 특수성이 자리한다. 이 회장은 “경기도는 별도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함께 수도권으로 묶여 입찰이 진행되다 보니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며 “대형 건설사 본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어 협력업체 역시 서울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서울보다 전문건설업체 수가 약 3천 개 많지만 실적은 약 20조원으로 서울(30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시장 규모와 참여 기회의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3기 신도시 개발 등 대형 사업이 이어지며 건설 물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지역업체로의 확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 도내 물량은 늘겠지만 그게 지역업체로 낙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물량 증가 기대와 지역 전문업체 수주 체감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업체의 낮은 수주율은 단순한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사업이 본격화돼도 원도급사의 하도급 편성 단계에서 지역업체를 얼마나 열어두느냐에 따라 실제 체감은 달라진다”며 “실제로 양주시의 한 개발 현장에서도 지역 업체가 하도급으로 단 한 곳도 참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고착된 협력망 풀어야 지역업체 숨통 트인다

대형 건설사의 기존 협력업체 중심 구조는 지역 업체 배제를 고착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이 회장은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 협력업체를 쓰는 것이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신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도급사가 말하는 ‘신뢰’는 기존 거래관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며 “협력관계가 고착되면서 신규 업체 진입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업체 선정 시 안전성과 기술력에 대한 우려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며 “기회를 주고 평가하면 될 문제를 아예 시작부터 배제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차원에서도 업종별로 검증된 도내 업체 풀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며 “대형 건설사가 협회에 문의만 해도 기술력과 재무 안정성이 검증된 업체를 추천할 수 있는데 이런 절차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접점을 만들고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협력 구조를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지역 업체 참여는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6.3.31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2026.3.31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

■ 선언에 그치지 말고 적극행정 나서야 지역건설 살린다

정책적 대응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짚었다. 이 회장은 “다른 지자체는 지역업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나 제도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반면 경기도는 상대적으로 정책적 유인이 부족한 편”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이미 시행 중인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지역 실정에 맞게 적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해법 역시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했다. 핵심은 발주 단계에서부터 지역업체 참여를 구조적으로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지명입찰이나 지역업체 참여 비율 할당과 같은 방식이 도입된다면 상황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며 “민간 영역 전반에 강제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LH 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물량부터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거래 구조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원도급 단계에서부터 지역업체 참여 계획을 관리하고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동시에 대형 건설사와 지역업체를 연결하는 상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역건설 활성화는 특정 업체를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거래 구조를 정상화하는 문제”라고 짚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회장은 지역 건설산업을 둘러싼 정책 방향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차기 도지사와 각 시·군 지자체장들이 지역 건설산업을 단순한 업종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그동안 정책이 선언과 권고에 머무른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제는 행정이 보다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개입이 어렵다면 인허가, 용적률, 행정 절차 등에서 실질적인 유인책을 마련해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경기 부진 속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한 시장 회복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현재 건설경기는 글로벌 경제 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맞물려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면 비교적 빠르게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전문건설업체들이 경기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이 회장은 짧지만 명확하게 답했다. “결국 터전이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업은 지역 기반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산업”이라며 “서울이 더 유리해 보일 수는 있어도 기반 없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가 짚은 방향은 분명했다. 커진 시장 속에서 지역도 함께 커질 수 있는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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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회장은?

▲現) 대한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장

▲現)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수석부회장

▲現)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사

▲現) ㈜신우공영 대표이사

/김지원·윤혜경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