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홍어’ 주산지는 백령·대청… 분단 상황에 1970년대 어민들 남하
‘건주낙’ 전파 흑산도산 유명세… “낙후된 인천어업 환경, 개선 절실”
■ 인천 물고기 로드┃정연학 지음. 보고사 펴냄. 408쪽. 3만5천원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은 꽃게, 젓새우, 참홍어, 주꾸미, 밴댕이를 꼽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홍어라고 부르는 참홍어의 산지로는 현재 전남 신안 흑산도가 가장 유명하다. ‘삭힌 홍어’라는 전라도 지역의 음식 문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강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예부터 참홍어 조업과 음식 문화의 원조 격은 인천 연안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의 어업 문화와 해양 문화를 오랫동안 조사·연구해 온 정연학(국립민속박물관 전 민속연구과장) 비교민속학회장은 참홍어를 비롯한 인천의 어종과 어업 문화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지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물고기의 길을 추적했다. 정연학 회장이 물고기의 생태적 경로를 넘어 그 길을 따라 삶을 일군 사람들의 인문학적 지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책 ‘인천 물고기 로드’가 최근 출간됐다.
인천에서 전국으로 전파된 어업 문화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가 흥미롭다. 아주 오래전부터 참홍어의 주산지는 인천 백령도와 대청도였다. 인천 지역의 잔칫상이나 제사상에는 참홍어무침이 의례음식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인천 참홍어는 궁궐에 진상되던 귀한 수산 자원이기도 했다. 15세기 초반 ‘세종실록지리지’에서도 참홍어의 주산지를 경기도(안산·강화·인천), 충청도(태안·서산) 등으로 기록했는데, 정작 오늘날 주산지로 꼽히는 전라도는 빠져 있다.
대청도 참홍어 조업이 남하한 이유는 복합적이나, 그 중 ‘분단 상황’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1960년 북방어로저지선이 설정되면서 서해 5도 어민들은 북쪽 어장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 어선과 어민의 납북 사건이 이어지고, 1974년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격침·납북되는 등 서해 북단에서의 조업이 위험해졌다. 대청도 어민들은 새로운 살길을 찾아 남쪽으로 향했다. 1975년부터 많은 대청도 어민이 흑산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대청도 어민들은 미끼를 쓰지 않는 낚시 도구인 ‘건주낙’(건낙)으로 참홍어를 잡았다. 대청도의 건주낙은 흑산도 어민들의 조업 방식이던 ‘장주낙’(미끼를 사용하는 낚시)보다 조업량과 조업 시간, 인력, 홍어의 품질 측면에서 월등한 이점이 있다. 오늘날 흑산도가 참홍어의 주산지로 꼽히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대청도 어민들의 남하와 건주낙 방식의 보급이었다.
정연학 회장은 최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홍어는 회유성 어종인데, 인천에서 물고기만 내려간 것이 아니라 어선과 어민들의 삶도, 어업 문화도, 민속 신앙도, 소리(민요 등)도 전파된 것이 많다”며 “특히 경계를 넘나들며 생존의 영역을 확장했던 인천 어민들의 치열한 ‘이동’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인천·강화에서 시작된 젓새우 어업도 1960년대 어로저지선 설정, 자원 고갈, 한강·임진강 오염으로 인한 강 하류 어장 황폐화 등으로 남하했다. 인천·강화 젓새우 어선은 1990년대 진도군 조도 먼바다까지 이동했다. 강화도 어민들은 설을 쇠자마자 신안과 목포 지역으로 새우잡이를 떠나 연말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선주와 그 가족들도 남쪽으로 이주해 조업 과정을 도왔다. 강화 젓새우 어민들은 1990년대 초까지 현지 주민들과의 마찰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당시 전라도 어민들은 젓새우 어업이 생소했으며, 김장을 담글 때 새우젓 대신 멸치젓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한때 전국 최대 조기 어장이었던 연평도에서 발원한 ‘임경업 장군 신앙’은 인천을 넘어 경기, 충남, 전북, 북한 황해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황해도의 ‘서도 소리’가 남쪽까지 전파되는 핵심 거점 역시 연평도 ‘조기 파시’였다.
이 책은 ▲인천 어업 환경과 물고기 이해 ▲회유성 어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 물고기 ▲인천 황금 물고기 조기, 민어의 영광과 섬 주민의 삶 ▲물고기 판매 로드: 수산물의 유통 경로 ▲어업 문화의 전파 로드 ▲인천 물고기의 미래 등 챕터로 구성됐다. 꽃게, 숭어, 밴댕이, 주꾸미 등 인천의 물고기에 관한 생태, 인문·역사, 민속, 경제(유통과 수산업 발전 방안) 등을 총망라했다.
정연학 회장은 “인천은 과거 조기 파시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단순히 바다를 소유하는 것을 넘어, 낙후된 어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어획량과 어획고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다각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했다. 저자는 그 방안으로 ‘스마트 어장 관리’ ‘자원 회복을 위한 방류 사업’ ‘지속 가능한 어업 시스템’ 등을 꼽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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