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그리운 만 이천봉 말은 없어도/이제야 자유만민 옷깃여미며/그 이름 다시 부를 우리 금강산…” ‘DMZ 평화의 길’ 코스 강화평화전망대에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서 있다. 노래를 만든 시인 한상억, 작곡가 최영섭 모두 강화 출신이다. 망향의 한을 목격했을 두 사람의 노래가 애타고 절절하다. 이곳 제적봉에서 개성까지 직선거리 18㎞, 맑은 날엔 송악산 능선이 손끝에 잡힐 듯하다. 풍경 하나하나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실향민들의 삶의 터전이던 대룡시장을 거닐다 보면, 평화는 관념이 아닌 체감하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DMZ 평화의 길’ 12개 테마노선이 전면 개방된다. 이달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테마노선은 인천 강화에서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지나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까지, 10개 접경지역의 생태·문화·역사를 걸으며 체험할 수 있도록 2019년 조성한 길이다. 김포 애기봉에서 바라보는 북한 마을과 조강(祖江), 아름다운 철원평야와 한탄강에 서린 역사의 상흔, 백두대간의 최북단 1052고지에서 DMZ를 굽어볼 수 있다. 분단의 상징과 평화의 의미가 교차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전면 개방은 단순한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문 해설사와 안내요원이 동행한다. 분단의 현실을 마주하며, 코스별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참가자는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하고, 회당 20명으로 인원도 제한된다. 군부대 협조 속에 분단의 상징인 철책로를 걷게 된다. 오히려 이러한 절제가 길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이름 없는 능선과 초소, 멈춰 선 시간의 흔적들이 서사의 옷을 입는다. DMZ는 금단의 장소가 아니라 기억과 성찰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여파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여론의 역풍으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대국민 연설에서 “2~3주간 이란을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엄포했다. 커티스 르메이 장군의 악명 높은 ‘석기시대’까지 언급하며 전의를 과시했다. 전쟁은 야만과 광기의 동의어다. 평화는 혼자서 지킬 수 없고,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선물도 아니다. 국제 규범이 실종된 시대, 한반도 평화 염원을 되새기기 위해, 다 같이 걸어봐야 할 ‘DMZ 평화의 길’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