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욱 ‘한라산아래첫마을’ 대표
하루 식당 매출 43% 유족에 기부
“국가 폭력 다시 재현될 수 있다”
7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제주도민들에게 제주 4·3 사건은 여전히 꺼지지 않은 기억이다. 4·3 유가족 2세이자 제주 메밀요리 식당 ‘한라산아래첫마을’의 강상욱 대표는 올해 처음으로 4월3일 하루 식당 매출의 43%를 제주 4·3 유족회에 기부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매년 할인 행사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그날의 의미를 전해왔던 강 대표는 올해 기억을 더욱 분명히 남기기 위해 기부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폭력은 언제 어디서든 다시 재현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공식 집계만 1만5천명, 추정치로는 3만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발생한 4·3 사건은 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다. 강 대표는 “제주도민 대부분이 유족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4·3 사건은 일상과 가까운 역사”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이 기억을 오랫동안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1992년 대학생 시절 밭일을 하던 중 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그날의 이야기를 듣게 된 그는 “할아버지는 경찰, 큰아버지는 군인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며 “당시에는 유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불이익을 겪는 등 연좌제처럼 작용하던 시기였다”고 떠올렸다.
4·3은 그에게 제주 지역에만 머무는 사건이 아니다. 강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주에서 아픔과 치유가 반복되는 것은 결국 4·3이 국가폭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비상계엄 사태 때도 제주에서는 누구나 4·3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비극을 직접 이어받은 세대로서 강 대표는 정치적 극단으로 치닫는 현재도 4·3과 같은 일이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강 대표는 “4·3은 제주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픈 현대사”라며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국가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민주주의의 폭을 넓혀 시민 참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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