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공정경제 강도높은 개혁 착수
美 본사 쿠팡에 미온적… 집토끼에만 ‘가혹’
장기 불황·대외 악재 “맑은 물엔 고기 없어”
이재명 정부의 개혁작업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전에 다주택자들에게 본인 거주 1주택 외에 모두 처분할 것을 당부했다. 오는 5월9일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가 종료된다. 다주택자 보유 수도권 아파트의 대출만기도 연장하지 않는다. 지난 3월5일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경자유전(耕者有田)을 거론하며 농사 안 짓는 땅도 처분할 것을 지시했다. 다음달부터 사상 첫 농지조사에 착수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25년 6월4일 진행한 첫 국무회의에서 경제검찰인 공정위원회의 인력충원을 지시했다. 후보 때부터 강조한 공정경제 기조 추진의 일환이다. 공정위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대통령 취임 5일만인 지난해 6월9일에 중흥건설이 계열사에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180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검찰에 고발했다.
재벌 오너들의 부당한 지배력 행사의 근거가 되는 위장계열사 색출에 나서 지난 2월에는 DB그룹의 김준기 창업회장을, 3월에는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과 정몽규 HDC 회장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대기업들 사이의 담합을 통한 가격조작 혐의 적발을 서둘러 지난 2월 4년여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에 시정명령과 함께 4천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잇따라 밀가루 및 전분당업체들의 담합 사실도 들춰냈다.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아파트값이 2년만에 하락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장바구니 물가가 불안정하면 국민 삶의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한마디에 제분·제당업체들은 밀가루와 설탕값을 줄줄이 인하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에 ‘깨끗한 자연을 도민들의 품으로 돌려주자’며 도내 유원지 불법 점유 영업에 철퇴를 가했다.
정부의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경제주체들이 알아서 기는 중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쿠팡은 별 반응이 없다. 3천370만 고객의 성명, 이메일, 배송지 전화번호 및 주소 등이 유출된 사실이 지난해 11월에 드러났는데 처음 사건이 발생하고 5개월 동안이나 회사는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국민들의 쿠팡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다.
지난해 12월2일 이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엄중한 책임을 주문했다. 같은 달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는 17일에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등 관계자 10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김 의장 대신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청문회 내내 동문서답으로 일관하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미국 J.D.밴스 부통령의 으름장과 하원의회가 미국 기술기업들에 대한 차별 운운하자 우리 정부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공정위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가 없어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주권 정부의 스타일만 구겼다.
쿠팡과 동일한 이슈로 몰매 맞았던 SK텔레콤의 기억이 새롭다. 대규모 고객 정보 해킹에 따른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SKT에 대해 지난해 5월5일부터 6월23일까지 51일 동안 영업정지 및 과징금 1천347억원과 과태료 900만원을 부과했다. 가입자 50만명이 이탈한 터에 700만여 고객 유심 무상 교체, 전체 이용자 2천400만명의 8월분 통신료 50% 할인과 매월 데이터 50GB를 제공했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보상까지 감안하면 SKT는 막대한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집토끼에게만 가혹하다. 그나저나 전방위 개혁작업에 국민경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어 걱정이다. 장기간의 불경기에다 성장동력도 약화되는데 중동전쟁까지 겹쳤으니 말이다. 역대 정부들이 가용할 정책 수단이 없어 간과했던 것이 아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들이 살지 않는 법이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