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로도 모자라 극가성비를 추구하는 시대다. 급기야 ‘거지맵’이 인기란다. 이름부터 애잔하다. 오죽하면 이럴까 싶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앞두고 ‘거지맵’의 가성비 맛집 지도를 탐험한다. 몇천 원 차이를 찾아 골목을 누비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고물가를 견디기 위한 자구책이자 일종의 셀프 처방이다. 요즘 ‘구내식당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거지맵’에는 저렴한 식당 정보가 촘촘히 담겨 있다. 지도 위 가격 표시를 클릭하면 식당 주소와 메뉴, 가격 정보는 물론 이용자들의 맛 평가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과 후기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지역밀착 미식 데이터베이스로 기능한다. 3천원 콩나물비빔밥, 3천500원 삼겹살, 3천900원 파스타, 4천900원 짜장면 등 숫자는 곧 경쟁력이 된다. ‘거지맵’은 누구나 가게를 추천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간혹 이해관계에 의한 제보나 미끼 상품으로 정보 왜곡도 나타난다. 하지만 일정 횟수의 신고가 누적되면 해당 매장은 곧바로 심판대에 오른다. 직접 체험한 소비자들이 냉정하게 평가하는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셈이다.

1997~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과거에는 지출을 끊는 생존형 혹은 지출을 조정하는 불안 방어형이었다면, 지금은 전략형 절약에 가깝다. 서민들의 눈과 손은 웹사이트와 앱 유랑에 분주하다. 가격 비교는 필수이고, 각종 포인트를 차곡차곡 적립한다. 중동전쟁 여파로 휘발유 값이 요동치자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홈페이지 접속이 폭주했다. 최저가 주유소 앞에 차량 수십대가 줄을 잇는다. 여기에 카드 혜택과 쿠폰, 멤버십까지 깐깐하게 따진다. 가격 정보를 공유하고 숨어 있는 할인까지 찾아낸다. ‘손해 보지 않고 쓰는 것’이 핵심이다. 절약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 기술이 됐다.

‘거지맵’은 암묵적 상한선 5천원이 일부지역에서 최대 1만원까지 올랐다. 초심을 잃었냐는 시선도 있지만, ‘거지들도 단백질과 섬유질이 필요하다’는 항변은 수긍이 간다. ‘거지맵’ 개발자 ‘왕초’는 “8천원 이상의 백반으로 기분을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조 섞인 농담 속에 불황 극복 의지가 눈물겹다. ‘거지맵’은 서민들의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빚어낸 해학인가, 아니면 양극화 사회의 자화상인가. 지도 앞에서 쉽게 웃을 수 없는 이유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