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업체 대표, 작업 노동자에 분사
피해자, 특정 신체부위에 발사 주장
대표 “병원비도 부담” 고의성 부인
영상자료 없어 의료진 소견이 관건
이재명 대통령이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세척 업체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에어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사고 경위를 둘러싼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현장에 CCTV도 없어 진상 규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20일 화성 소재 한 업체에서 작업 중이던 A씨의 신체에 에어건이 분사되면서 불거졌다. 태국 국적인 그는 지난 2011년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해 일하다 2020년 비자 만료 후 미등록 체류자 신분이 됐으며,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해당 사업장에 파견돼 한 달간 근무해왔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업장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재 사고 경위를 둘러싸고 A씨 측과 업체 대표 B씨의 주장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A씨 측은 B씨가 한 손으로 등을 잡고 에어건을 항문 부위에 밀착해 발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B씨는 “건조 작업 중 몸을 돌리다 에어건이 하체 부위 쪽에 우발적으로 접촉된 것”이라며 “고의로 쏠 이유가 없다. 사고 이후 직접 병원을 데려가 병원비까지 부담했다”고 반박했다. A씨를 돕는 조영관(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당사자는 형사고소 의지가 있다. 회복 후 민사소송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고 이후 A씨가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는 점만큼은 양측 주장이 일치한다.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미등록 신분이라는 처지는 경찰 신고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사고 발생 다음날 새벽께 A씨의 상태가 악화하자 동료가 119를 불렀는데, 치료를 받으러 가는 상황에서도 미등록 신분이 당국에 노출될까 두려워 극도로 불안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변호사는 “미등록 신분이라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산재를 당해도 보험 혜택 없이 치료비 전액을 감당해야 한다. B씨는 사고 이후 고통을 호소하는 A씨를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응급실에서 건강보험과 신분증을 확인하더니 치료가 어렵다고 했는데, 돈을 이체한 뒤에야 수술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지출한 병원비가 1천만원가량에 달한다고 했다.
A씨는 현재 2차 수술이 필요한 상태로 알려졌다. 조 변호사는 “수술비 선납이 돼야 입원이 가능하다고 해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산재 승인이 가장 급한 일”이라며 “(의료) 기록상 외상에 의한 천공 등이 기재돼 있어 추가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법적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다. 미등록 노동자는 근로계약서도, 4대 보험 가입 이력도 없어 근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고 A씨처럼 아웃소싱으로 파견된 경우 공식 고용 기록이 남지 않아 산재 신청의 첫 관문부터 막힌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경기도 이주민 건강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2024)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의 59%가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었으며 보고서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에게는 건강보험 수가의 최소 2~3배에 달하는 일반 수가가 적용된다고 짚었다.
한편, CCTV가 없어 양측 주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진 소견을 토대로 한 인과관계 규명이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은 B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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