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6월 16개 주에서 북한의 ‘노트북 농장(laptop farm)’ 29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링크드인에서 해외인력 대리인 명목으로 미국인들을 모집한 뒤 수십대의 노트북 관리를 맡겼다.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한 IT 인력들은 농장의 노트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월급을 챙기고, 가상화폐와 기업정보를 탈취했다. 같은 해 7월엔 연방지방법원이 4년간 자택에서 90대의 노트북 농장을 운영했던 50대 여성 크리스티나 채프먼에게 금융사기, 신원도용, 자금세탁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미국 뿐 아니다. 유럽의 IT 기업들도 북한의 위장취업에 골머리를 앓는다.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북한은 신변보호와 외부접속이 원활한 중국에 IT 요원 아지트를 구축하고 글로벌 대기업을 파고든다. 돈으로 매수한 외국인 신분을 거듭 세탁하고 현지에 마련한 노트북 농장을 이용하니, 기업들은 북한 요원을 채용한 사실조차 모른 채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에 벌목공을 보내고, 중국에 무역상을 보내 외화를 조달했던 북한에게 랜선으로 연결된 황금시장이 열렸다. 달러와 가상화폐와 정보가 가득한 전 세계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북한의 노다지가 된 것이다. 해외 파견 IT 인력, 탈취 자산 등 북한의 글로벌 IT범죄 규모는 평양만 알고 있다. 수억~수십억 달러로 추정되는 불법 탈취 규모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테고, 추정 금액만으로도 유엔제재국 북한의 체제 유지와 핵무장 비용으로 요긴하다.
‘김정은 테스트’로 IT 마피아 북한에 구멍이 뚫렸다. 북한 IT 요원의 위장취업을 막기위한 압박면접인데 ‘김정은 욕하기’다. 화상면접에 등장한 북한 청년은 “김정은을 돼지라 욕해보라”는 외국인 면접자의 압박에 화면을 껐다. 호주의 한 시사프로그램의 모의 채용 실험에 등장한 북한 청년도 김정은을 언급하자 입을 봉했다. 북한의 위장취업을 막기위한 글로벌 IT 기업 보안책임자들이 고안한 테스트라는데 100% 검증을 확신한다.
김정은 욕하기 테스트라니, 시쳇말로 신박하다. 절대존엄 김정은에 대한 불경은 금기다. 달러도 존엄 위에 놓을 수 없다. 김정은 국가의 사상적 제약에 ‘김·정·은’ 세글자가 외화벌이의 걸림돌이 됐다. 글로벌 IT 기업들은 쾌재를 부를지 몰라도, 우리에겐 ‘김정은’ 이름 석자에 얼어붙는 북한 청년들이 서늘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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