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중동전쟁前 70개 → 現 100개

지선 앞두고 정치권 동떨어진 행보

재료 구하기 어렵다더니 자원 낭비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료가격 상승으로 나프타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수막의 원단 가격이 30% 가까이 인상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명함 등 홍보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선거판의 비용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현수막 제작업체 모습. 2026.4.7 /연합뉴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료가격 상승으로 나프타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수막의 원단 가격이 30% 가까이 인상됐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명함 등 홍보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선거판의 비용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현수막 제작업체 모습. 2026.4.7 /연합뉴스

8일 오전 찾은 성남시 야탑역 사거리는 정당 현수막과 예비후보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버스 환승정류장 횡단보도 신호등에도 지역 정당의 대표 인물과 이름, QR코드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고 한 빌딩 건물 외벽에는 2~3층을 뒤덮는 크기의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정당 현수막의 경우 옥외광고법에 따라 15일 동안 게시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현수막은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따라 현수막 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가중된 3월 하순 이후 붙은 것에 속한다. 예비후보 현수막 역시 지난 3월 이후 후보자 선거사무소를 차린 뒤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야탑역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김모(30)씨는 “거리 곳곳이 현수막으로 도배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는 게 실감난다”며 “전쟁 때문에 현수막 재료까지 구하기 어려워졌다더니 정치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쟁 여파로 섬유 화학 원료인 나프타의 수급 불안(3월30일자 2면 보도)이 이어지면서 생필품 생산 차질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전히 정당 현수막을 게시하면서 자원 낭비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내에 걸린 정당 현수막 역시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월 중순 기준 70여개에서 지난달 말 100여개로 되레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6·3 지방 선거가 다가오면서 현수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수막 수거 통계는 지자체마다 별도로 취합하고 있고, 수원 외 지역은 별도로 통계를 내지 않아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날 둘러본 여러 지역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경기도 내 현수막은 감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형편이다.

이렇다보니 필수 원료가 모자랄까 불안해하는 민심과 달리,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시민사회에선 아예 ‘현수막 없는 선거’를 치르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7년 창립한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정당홍보, 선거 현수막 사용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단체는 캠페인을 통해 “장당 1.5㎏으로 가정할 때 지난 지방선거에서 100만장 이상의 현수막이 버려져 1천500t 이상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시민세금으로 처리하는 나쁜 플라스틱 소비”라고 꼬집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태희 정책국장은 “국민에게는 자원 절약에 동참하라고 하면서 정작 정치인들은 2주 게시하고 폐기되는 현수막을 거는 데 필수 원료를 쓰고 있다”며 “국민 역시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정보를 얻는 만큼 무분별한 현수막 중심 선거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