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절감·자연보호 정책 도입 불구
비싸고 번거로운 이식 대신 ‘벌목’
경제적 비효율에 남동구 운영 종료
군·구마다 ‘원인자 부담금’ 억단위
인천 경인전철 제물포역 인근 복합문화공간 신축 공사장에는 지름 60~70㎝의 가로수가 잘려나가 밑동만 남아 있다. 담당 구청인 미추홀구는 원래 이 가로수를 옮겨 심으려 했다.
하지만 관내에는 마땅한 부지가 없었다. 다른 군·구에 가로수가 필요한지 문의했으나 가져가겠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미추홀구는 공사업체에 ‘가로수 원인자 부담금’을 납부하고 자체 처리하라고 통보했고, 업체는 가로수를 베어냈다.
이처럼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멀쩡한 가로수들이 마구 잘려나가고 있다. 갈 곳을 잃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나무은행’ 정책이 인천에선 유명무실한 상태다.
■ 가로수 왜 잘려나가나 했더니… 인천 ‘나무은행’ 흐지부지
나무은행은 베일 상황에 놓인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공간이다. 인천시는 지난 2009년 환경정책인 ‘300만 그루 나무 심기’ 일환으로 옹진군을 제외한 9개 군·구에 나무은행을 조성했다. 도심 속에 녹지 공간 등을 조성할 때 나무은행을 활용해 예산절감을 꾀하자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인천시 기초자치단체 중 강화군, 중구, 동구, 계양구를 뺀 나머지 군·구는 현재 나무은행을 운영하지 않는다. 도로 공사 등 개발사업 대상지에 있던 가로수를 나무은행에 보관했다가 새 장소로 옮기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로수를 곧장 옮길 때는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데, 나무은행에 있던 나무를 옮길 땐 그 비용을 지자체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옮겨 심을 장소가 마땅치 않아 가로수 등을 베어내야 할 때는 지자체가 원인자로부터 부담금을 받아 세외수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남동구는 지난해 장수동 767-12번지 일대에 나무은행으로 활용하던 공공용지를 원소유주에게 반환했다.
남동구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나무를 옮길 때 가지와 뿌리를 일부 잘라내야 해 나무를 두 번 옮기면 나무가 잘 자라기 어려울 수 있다”며 “나무은행에 있던 나무를 굴취해 이동한 뒤 다시 심는 것보다 새로 나무를 구입해 심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어서 나무은행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무은행을 운영 중인 중구(2천253그루)와 동구(5천362그루, 이상 지난달 말 기준)도 최근 이식이 필요한 가로수 등을 가져와 나무은행에 옮겨 심은 적이 없다. 도시숲 등 공원 조성을 위해 나무은행에 있는 기존 나무를 활용한 사례도 없었다.
중구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나무은행 역할을 하는 양묘장이 있긴 한데 나무은행 취지대로 사용하진 않는 상황”이라며 “공사 등으로 가로수를 옮겨야 할 때는 곧바로 이식할 곳을 찾는다”고 했다. 강화군과 계양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 가로수 훼손 원인자 부담금, 군·구마다 ‘억’ 단위
지난달 초 부평구 백운공원에 있던 가로수 90여그루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공사로 인해 벌목됐다. 지난해 11월에도 GTX-B 공사로 남동구 중앙공원에 있던 나무들이 잘려나갈 위기에 놓였으나, 이 소식을 접한 연수구가 한마음공원에 옮겨 심게 해달라고 요청해 60여 그루가 이식되기도 했다.
인천에 있는 가로수가 얼마나 많이 잘려나갔는지는 각 군·구가 징수한 ‘가로수 원인자 부담금’ 현황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인천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군·구는 가로수를 훼손한 원인자가 이를 원상회복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인자 부담금을 징수한다. 지난해 서구가 징수한 부담금은 4억원에 달했다. 인천 10개 군·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남동구가 2억원, 미추홀구가 1억8천만원, 부평구와 계양구가 각각 1억원을 징수했다.
타 시·도에선 나무은행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예산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는 22개 기초자치단체가 모두 나무은행을 둬 3만여 그루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지난해에만 예산 7억8천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전라남도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최대한 많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숲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가로수길을 조성할 때 나무은행에 있던 나무를 활용해 예산을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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