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수산자원 인식 여전… 표류 고래 ‘생활폐기물’ 처리

 

현행법 기준 ‘위법행위’ 없었다면

보호종 아닌 사체 위판·매몰 처리

선진국과 달리 관리 네트워크 부족

전국 전문구조 치료기관 12곳 불과

대부분 아쿠아리움… 시스템 한계

부검 가능 개체 확보 ‘하늘 별따기’

전문가 “현실에 맞게끔 개정해야”

상괭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상괭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제공

현재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만들어진 ‘고래 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는 우리나라에서 고래가 발견됐을 때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쓰여진 유일한 고시다. 고시에는 혼획·좌초·표류 및 불법포획 고래류의 처리 등이 명시돼 있다.

고시에 따르면 발견한 자는 관할 해양경찰서장에게 즉시 신고해야 하고, 살아있는 고래류에 대해서는 구조나 회생을 위한 가능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해양경찰서장이 불법포획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죽은 고래에 한해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류가 아닌 고래류는 위판을, 좌초와 표류된 고래류는 폐기토록 돼 있다.

또 살아있는 고래류의 신고를 받으면 고래의 구조나 회생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구조·치료기관의 출동을 요청해야 한다. 폐기가 결정된 고래는 생활폐기물에 준해 처리하고, 대형 고래류는 매몰 처리하도록 했다.

이 법은 아직도 고래를 해양동물로서 보기 보다 수산자원으로 보고 있다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시장에 팔기 위해 불법적으로 포획된 것은 아닌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1차로 해경에 신고하는 것이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좌초된 고래가 발견됐을 때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나가 상황부터 살피고, 대응하는 네트워크 구성이 촘촘히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차이점을 보인다.

호주의 경우 해양포유류에 대한 좌초 대응, 구조, 재활, 연구, 전시, 활동을 모두 허가 기반 체계로 관리한다. 이에 활동 유형별로 서로 다른 허가가 필요하다. 또한 신고가 들어가면 승인된 대응팀이 출동해 현장에서 판단한 뒤 구조나 방류, 재활센터 이송 등의 과정들을 진행한다. 미국은 각 기관에서 담당하는 해안선에 해양포유류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와 치료, 재활, 방류, 부검, 연구, 교육 등을 수행한다. 이는 정부기관과 사설 아쿠아리움, 전문 해양포유류센터 등 유관기관의 협력으로 운영되는데, 신고 후 초기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동물 전문구조 치료기관 지정 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12곳이며, 대부분이 사설아쿠아리움들이다. 보통 기각류와 바다거북류가 주를 이루는데 서해 쪽은 서울대공원에만 고래류가 지정돼 있다. 구조와 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기관에서 좌초된 해양동물이 있는 현장에 곧바로 출동하기 어렵다는 점은 현재 시스템의 한계로 꼽히고 있다. 이에 최근 플랜오션과 서울대공원이 해양동물 구조부터 치료, 방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좌초된 해양동물의 부검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상괭이 한 마리의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인간 활동의 영향인지, 또는 감염병인지 등 다양한 현상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바닷속에 있어 알지 못했던 종에 대한 정보도 폭넓어지며, 지금 우리의 바다가 얼마나 건강한지도 부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줄어드는 신고와 까다로운 법들로 부검할 수 있는 상괭이 한 마리 구하기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좌초된 상괭이 한 마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정보가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버려지는 일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선민 제주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지금의 시스템은 법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느 부분이 필요하고 불필요한지를 파악한 뒤 현실에 맞게끔 간결하고 명확하게 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함께 논의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구민주·김주엽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