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이란 ‘호르무즈 해협 폐쇄’… 세계 경제 ‘혼돈’
환율 1500원 돌파… 썰물처럼 빠진 주식 시장에 ‘IMF 공포’ 상기
주유소 긴 대기줄·쓰레기봉투 사재기 대란·에너지 수급 비상 등
‘일시 휴전’ 공포 걷혔지만 한국 경제 의존적 구조 여실히 드러나
2026년 2월 미국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전면 폐쇄로 세계 경제의 대동맥이 끊어졌다. 머나먼 중동의 모래바람이 단 며칠 만에 거대한 폭풍이 되어 대한민국 경제를 집어삼켜 버렸다.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곳은 금융시장이었다. 환율 전광판의 숫자가 1천500원을 돌파하던 날, 시장에는 IMF 외환위기 때의 공포가 어른거렸다.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연일 장밋빛 랠리를 이어가던 주식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거시 지표의 붕괴는 곧바로 민생의 아우성으로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을 내세운 주유소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고, 재고를 숨겨두고 가격이 더 오르길 기다리는 일부 양심 없는 업자들의 꼼수 영업이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에 화물차 운전자들은 시동을 끌 수밖에 없었고, 국가 물류 마비라는 아찔한 위기가 턱밑까지 다가왔다.
이 와중에 쓰레기봉투 사재기 대란이 일어났다. 비닐 원료가 부족해져 봉투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출처 불명의 말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마트 편의점마다 쓰레기봉투 판매 개수 제한 안내가 붙기 시작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공포 앞에서 우리 사회의 심리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사이 에너지 수급에는 말 그대로 비상이 걸렸다. 당장 들어와야 할 중동산 LNG가 묶였고, 미세먼지 때문에 비중을 줄였던 석탄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올리고, 정비를 마친 원전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간신히 전력망을 버텨냈다. 공공기관의 불을 끄고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아끼라며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정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대기업 산업용 감축은 미루면서 거센 형평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숨 막히던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기적처럼 2주간의 일시 휴전 소식이 들려왔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유가는 19% 나락으로 떨어졌고, 환율은 단숨에 1천470원대로 주저앉았다. 코스피는 전쟁 공포가 걷히자 외국인의 2조원대 폭풍 매수에 힘입어 상승장을 펼쳤다.
시장은 한시적 안도를 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구조가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단 하나의 바닷길에 매달려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백일하에 드러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2주의 유예 기간. 이제 우리는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을 과감히 다변화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자체 기저발전을 아우르는 진짜 ‘에너지 체질 전환’을 향해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제는 바다 건너 타국의 분쟁에 우리의 일상과 생존을 인질로 잡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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