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문화공간에 출판기념회 등 열려

공연예술 플랫폼 본래 취지 훼손 우려

지난 6일 오전 경기아트센터 앞에서는 파란 옷을 걸친 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연이 예정된 예술인들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수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당직자들이었다.

이들은 관용 차량을 앞다퉈 의전하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영문을 모르는 경기도민들은 이 앞을 지나며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예술 공연예술 플랫폼을 목표로 설립된 센터에서 출판기념회와 정당행사 등 정치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도민들은 “공공을 위한 예술의 장이 특정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의 장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센터에서 진행된 정치인 관련 행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것만 8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행사는 지난 6일 열린 민주당 수원 현장최고위원회의다. 이 행사에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당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였던 추미애, 한준호, 김동연 후보가 참석했다.

개별 정치인의 행사인 출판기념회(북콘서트)도 잇따라 열렸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추미애 의원, 권칠승 의원, 유은혜·안민석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 등이 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의 출판기념회와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북콘서트도 센터에서 개최됐다.

정치인들은 접근성과 넉넉한 주차공간 등을 이유로 센터를 행사 공간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도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 정당인들을 위한 행사에 쓰이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A씨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치인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센터는 경기도 예술의전당을 표방하며 지어진 것인데 왜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건지 모르겠다. 정당인이 아닌 입장에서 공간의 취지와 맞지 않고 주최 측 편의만 고려해 행사가 열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B씨는 “센터는 도민들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간이지 않느냐”며 “도민들은 서울에 비해 문화 행사를 누릴 기회도 적은 편인데 정치적인 이유로 그나마 있는 공간까지 빼앗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서울 예술의전당은 대관 규정으로 ‘대관이라 함은 공연, 연습, 녹음, 녹화 및 이와 관련한 부수 행위 등의 시행을 목적으로 소정의 절차를 통해 공연장의 시설, 설비 및 부수 장비를 대관해 사용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정치·종교 행사를 제한하고 문화예술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한 조처다.

센터도 정치 행사가 문화예술 공연보다 우선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전용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이 마련된 예술의 전당과 달리 경기아트센터는 세미나와 학술회의 등 전문적인 행사를 위한 다목적 공간인 컨벤션홀이 있고 대관 규정상 정치 행사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면서도 “정치 행사가 문화예술 무대보다 우선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