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강화도조약의 시공간

 

이영호 인하대교수 관점별 소개

서양세력 아시아 진출시대 열려

대외접촉 피하다 맞닥뜨린 일본

‘조공책봉’ 바닷길 따라 재개편

10일 오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강화도조약 150주년 연속 특강 두 번째 시간에 이영호 인하대 명예 교수가 나와 ‘1876년 강화도조약의 시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4.10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10일 오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강화도조약 150주년 연속 특강 두 번째 시간에 이영호 인하대 명예 교수가 나와 ‘1876년 강화도조약의 시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4.10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시립박물관이 강화도조약 150주년을 맞아 마련하는 연속 특강 ‘강화도조약을 되돌아보는 세 가지 방법’의 두 번째 강의가 지난 10일 오후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열렸다.

이 시간에는 이영호 인하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나와 ‘1876년 강화도조약의 시공간’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영호 교수는 1876년 강화도조약을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관계·외교사적 관점, 제국주의 침략의 관점, 내재적 관점, 해양의 관점. 이들 관점 중에서 이날 강연은 해양의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했다.

해양의 관점에서 강화도조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폭넓은 시각이 필요해 보였다. 네 가지 관점 중 앞의 세 가지를 이해한다면 이 교수가 네 번째로 내놓은 해양 관점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이날 강연은 그만큼 다양한 국가들의 동아시아, 특히 한반도를 향한 19세기 시각이 어땠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교수는 강화도조약을 해양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서는 1876년에 이르는 그 앞의 긴 시간과 (수도 서울의 입구에 놓인) 강화도라는 곳에는 어떤 장소성이 있는가를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1876년이라고 하는 시간과 강화도라고 하는 공간이 교차하는 좌표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교수는, 중국에서는 15세기 초반 이슬람 출신 명나라 환관 정화의 7차례에 걸친 인도양 탐험이 있었는데, 정화가 사망한 뒤 명나라는 해양 진출을 포기하고 내륙 경영에 몰두한 사이 유럽 세력이 치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로 먼저 나갈 기회를 놓쳤다는 의미였다.

중국이 내륙에 머무는 사이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러시아, 미국 등 서양 세력의 아시아 진출 시대가 이어졌다. 이들 서구 각국의 아시아 진출에 한반도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서구 세력이 눈앞에 나타났지만 우리는 문을 닫아걸기에 바빴다. 그렇게 맞이한 게 강화도조약이다.

이 교수는 “강화도조약은 그동안 육지와 연결된 구조였던 조공책봉의 국제관계가 해양을 통해서 새롭게 재편되는 만국공법의 국제질서에 편입되는 계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해양의 항로를 통한 시간적 공간적 축적의 귀결인 측면도 지닌다”고 했다.

이 교수는 방청객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점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가 정화의 원정과 (서양 세력의) 대항해시대가 교차했다는 점이라고 했고, 두 번째는 한반도의 지정학 문제였다. 세 번째는 17세기 동아시아 삼국체제 속에서 진행된 내부 상황에 대한 성찰, 그리고 넷째는 삼국의 대외 인식 차이였다.

19세기 중국은 청나라 초기 개방정책을 펼 때의 시각에 머물러 있어 영국 등 서양 세력의 침략에 베이징 궁궐이 불타는 치욕을 당했고, 결과적으로 청일전쟁에서도 패배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미국과의 불평등조약을 맺게 된 이후 (메이지유신의)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 ‘(불평등조약을 맺은) 이 수모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면서 외국으로 나가 서양식 제도와 법률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아예 대외 접촉 금지령을 내리는 바람에 너무 경직될 수밖에 없었고, 내부적 정치 개혁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강화도조약 그 당시를 성찰하면서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민족이야, 우리는 그렇게 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야’라고만 너무 자학적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때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서 오늘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거였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