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목민관’ 연구한 다산

우선적으로 택해야 할 지도자는

약자 편 들고 좋은 심성 지녀야

예나 지금이나 임무 본질은 동일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또 선거철이 돌아왔다. 어진 목민관을 선출하는 일이 유권자들의 임무이다. 특별시장·도지사·시장·구청장·군수 등을 선출하고 광역·기초의원 등 많은 지도자들을 선출해야 하니, 말하자면 ‘목민관’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과연 어떤 목민관들을 선출해야 할까. 선거의 결과에 따라 우리가 당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절대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잘못된 사람 선출하여 내란을 겪어야 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선거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훌륭한 목민관들이 지방을 제대로 다스릴 때 백성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여기고 목민관들의 마음과 능력이 어떠해야 하느냐에 대해 가장 깊은 연구를 했던 사람이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그는 ‘목민심서’를 통해 나라의 운명이 목민관들의 잘하고 못함에 달려 있다고 여기고, 옳은 마음과 뛰어난 능력을 가진 목민관들이 지역의 지도자가 되기를 간절하게 희망했었다. 이제 목민관들을 선출하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어떤 지도자에게 투표해서 좋은 목민관들을 선출할 것인가. 다산이 열거한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옛날에 교리(校理) 김희채가 장련현(황해도 고을)을 맡았을 때, 큰물이 져서 구월산이 무너지고 매몰된 것이 30리나 되어서 사람이 죽고 농사가 손상된 것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라고 재난이 일어난 사실을 알리고, 당시 현감으로 있던 김희채라는 ‘목민관’이 행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하고는 행정 능력보다는 어진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김희채가 사고 현장에 시찰하러 나가보니 현감을 보자 백성들이 통곡하거늘, 그가 말에서 내려 백성들의 손을 잡고 같이 통곡하니 백성들이 감동되고 기뻐서 죽어도 한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울음이 멎자 백성들이 원하는 바를 묻고 도청으로 직행하여 백성들이 원하는 대로 해결해 주기를 중앙에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끝까지 해결될 때까지 버티고 있으니, 감사가 귀찮게 여기고 상부로 보고하여 마음은 어질지만 일에는 어둡다고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교체 명령이 내려 김희채는 다른 고을로 발령이 나 떠나려고 하자 고을 백성들이 소식을 듣고 에워싸고 나갈 수 없게 막아서자 몰래 숨어서 밤에 빠져나왔더니, 백성들이 군계에 모여들어 어린애가 어미를 잃은 것처럼 울었다. 이런 것을 보면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어진 마음에 있는 것이지(牧民在仁) 행정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다(不在政也)’라고 다산은 결론을 맺었다. 그렇다. 위대한 지도자나 목민관, 어진 마음을 지니지 않고 행정 능력만 지녀서야 백성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가장 훌륭한 목민관이란 어진 마음도 지니고 행정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그 두 가지를 겸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할 지도자는 역시 어진 마음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을 안아주고 품어주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자신의 손해를 감당하고도 백성들 편에 서는 마음의 소유자여야 한다.

그렇다고 행정 능력의 소유자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다산은 어진 마음의 목민관을 칭찬한 내용에 이어서 ‘탁월한 능력의 관찰사’ 이서구(李書九)를 칭찬하는 내용도 열거했다. 그가 평양감사 시절에 평양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공사(公私)의 집들이 대부분 타버린 큰 재난이 일어났었는데, 이서구는 일 처리에 방도가 있고 집 짓는 데 법도가 있어서 관청건물 수십 구와 민가 만여 호가 문득 새롭게 되고, 백성들이 망하여 흩어지는 자가 없으니, 오래도록 백성들이 그 은혜를 사모하고 있다면서 능력의 소유자도 크게 칭찬하였다.

그때의 목민관과 오늘의 목민관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목민관 임무의 본질은 큰 차이가 없다. 우리는 모든 지혜를 발휘하여 훌륭한 목민관을 선출해야 한다. 선거를 잘못해서 우리가 당했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는 국민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좋은 나라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우석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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