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심야식당 간 父… 집단폭행 사망

검찰 폐지땐 보완수사권 요청할 곳 사라져

형사사건 경찰 독점, 사법개혁 與 고민해야

윤인수 주필
윤인수 주필

故 김창민 감독 폭행치사 사건이 공론화 된지 보름이 다 됐다. 겨자씨에서 우주를 본다고 했다. 김 감독의 억울한 죽음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에 이른 우리 사법권의 어지러운 자화상이 담겨 있다. 돈가스를 먹고 싶다는 아들의 손을 잡고 새벽 심야식당을 찾은 아버지가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사건이다. 가해자들 구속으로 개시했어야 할 수사였다. 유족들이 경찰 대신 영상증거와 목격자를 찾아 사건을 발생 시점과 현장에 정위치시켰다. 대가로 추모와 치유의 시간을 잃었고, 고인은 모욕당했다.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린 선행이 경찰의 부실수사로 촉발된 난장판에 묻혔다. 작동하지 않은 사법권에 고인과 유족들의 기본권이 무너졌다. 참혹한 정경이다.

가해자들은 거리를 활보한다. 1번 가해자는 헬스장에서 땀 빼고 힙합 음원을 냈다. 1, 2번 가해자는 사이버렉카 유튜브에 출연해 범죄를 방어한다. 1번 가해자는 “(김 감독) 아버지가 기자 출신”이라며 악의적인 영상증거 편집 의혹을 주장한다. 2번 가해자는 “언론을 피하라”는 변호사의 조력대로 언론플레이를 펼친다. 공갈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유튜버가 경찰, 검찰, 법원을 대신해 정의를 대변한다. 지체되기 일쑤고 자주 정체되는 사법권의 그늘에서 일상을 유지하며 범죄행위를 소각하고 축소하는 불의가, 권력층에서 민간의 장삼이사들에게로 번졌다. 물러터진 사법권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죄책감과 수치심이 증발했다.

기본권은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균형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권리이다. 하나만 부러져 균형이 깨지면 곧바로 무너져 누릴 수 없는 권리이다. 김창민 감독 사건은 짱짱한 입법, 행정권에 치여 위축된 사법권의 초라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법권이 지금 이대로면 수많은 김창민이 복제될 수 있다는 두려운 경고가 담긴 현실이다.

구리경찰서가 6명의 가해혐의자 중 1명만 특정해 끝내려던 수사를 유족이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을 검찰에 제출해, 검찰이 보완수사 지휘로 제자리에 돌려놓은 사건이다. 대통령은 신중하게 검토하자는데 여당인 민주당 강경파는 폐지하자는 보완수사권이다. 당의 뜻대로 폐지된 채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면, 또 다른 김창민들의 유족들은 보완수사를 요청할 곳이 사라진다. 공소청 도입 이후였다면 김 감독 사건도 경찰수사는 가해자 1명 불구속 송치로 종결되고, 공소청은 기소 여부만 결정했을 것이다.

10월이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사법개혁이 종결된다. 경찰은 형사사건 수사를 제도적으로 독점한다. 수사의 개시와 종결을 간섭 없이 행사한다. 범죄 피해자들의 사법적 권리는 경찰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하지만 남김없이 실현될 거란 희망을 품기 힘들다. 600장의 구속건의서를 무시해 한 여성이 죽었다. 그래도 부실하고 지체된 공권력에 희생당한 스토킹 범죄 피해자는 끊이질 않는다. 과중한 권한을 감당하기엔 역량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증거다.

공소청은 경찰, 중수청, 공수처의 수사결과를 받아 기소 여부만 결정한다. 수사로 체감하지 않은 범죄의 공소 유지에 열정을 발휘할 이유가 없다. 재판에서 공소 유지나 범죄 입증에 실패해도 부실수사에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다. 법원은 재판소원제로 사법권력의 권위를 잃었다. 법왜곡죄는 수사기관, 공소청, 법원을 압박하는 피의자들의 주요 방어 수단이 될 것이다. 수사, 기소, 재판 단계에서 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법리의 합당한 변경도 함부로 시도하기 힘들다.

김창민 감독 사건의 보완수사 지휘를 받은 경찰은 가해자 1명을 특정한 1차 수사결과를 가해자 2명으로 변경했다. 해명을 요구받은 구리경찰서의 입장이다. “수사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판단이 틀렸다고 해서 잘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검증과 견제 없는 수사권력의 무능한 독선을 예고하는 징후다. 방치하면 수많은 국민이 사법난민이 된다. 사법개혁으로 결과가 이래선 안된다. 민주당은 고민해야 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