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구 옛 미군기지 캠프마켓 D구역 정화사업이 첫발조차 떼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반환 이후 핵심 부지로 주목받아 온 이곳은 인천의 역사적 가치를 품은 장소이자 공원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공간이다. 국방부가 주도하는 정화사업이 원활히 진행되어야 인천시가 세운 마스터플랜도 순차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지금처럼 선행되어야 할 기초 단계가 지연되면 이후 모든 과정은 연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화작업의 출발점인 ‘캠프마켓 D구역 및 주변 지역 오염토양 기본정화계획 수립 용역’은 지난달 11일 공고됐으나 당일 곧바로 취소됐고, 이후 재공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올해 1월 공고된 ‘캠프마켓 D구역 석면조사 및 철거공사 실시설계 용역’ 역시 유찰된 데 이어, 지난달 10일 재공고가 났지만 또다시 불발됐다. 특히 이 용역은 D구역 내부는 물론 지상·지하의 각종 지장물을 사전 조사해 철거 물량과 비용을 산출하는 설계도서를 마련하는 핵심 절차다. 결국 정화사업은 수개월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변수는 정화사업의 비용 규모다. 인천시는 D구역 내 1·2등급 건축물 16개와 시가 활용하려는 건축물 1개 등 총 17개를 존치해 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한 상태다. 건축물 존치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존치 권고를 받은 데다, 시민참여위원회의 수차례 현장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공공적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해당 건축물을 보존한 채 정화를 진행할 경우, 모든 건물을 철거한 뒤 정화하는 방식보다 최대 8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국방부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이는 단순한 예산 증가를 넘어 사업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인천시는 당초 정화 완료 시점을 2029년으로 보고, 신촌문화공원 역시 같은 해 착공할 계획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이 공고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 기간은 6개월이지만, 이대로라면 업체 선정과 용역 마무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획과 현실의 괴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해법은 책임 주체의 적극성에 달려 있다. 정화사업을 전담하는 국방부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인천시는 설계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와 건축물 존치 방법 등을 협의하게 된다. 건축물 존치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역사적 가치를 비용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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