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인천청 김태은 경사 인터뷰
외부 감독이나 코치 없이 자체 훈련
스트레스 해소·선후배 간 소통 의미
SSG 시구 꿈이 현실… “성공한 덕후”
‘맨땅에 헤딩’ 시작한 야구, 의림지배 여자야구대회 3위 성적도
SSG랜더스 전신 SK와이번스 시절부터 팬…시구 꿈 이룬 ‘성덕’ 경사
프로야구 열풍 속에 직접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며 야구를 즐기는 여성들이 있다. 서울, 인천, 경기, 충청 지역 여성 경찰관들이 모인 ‘경찰청 여자야구단’ 얘기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0월 창단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외부 감독이나 코치 없이 자체 훈련으로 팀을 꾸려 활동 중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집계한 2026년 기준 전국 여자 야구팀은 48개. 남성 동호회 232개와 비교하면 20% 수준이지만, 필드에서의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겁다. 팀 사령탑은 유도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신영 경위가 선수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야구단 주장은 인천경찰청 범죄예방대응과 김태은(34) 경사가 맡고 있다. 지난 9일 인천경찰청에서 주장인 김 경사를 만났다. 그에게 팀 내 포지션을 묻자 “고정된 포지션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야구단에는 ‘올라운더’들이 많다. 경찰 업무 특성상 같은 날 9명 이상 모이기 쉽지 않다. 교대 근무로 모든 팀원이 일정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 데다 갑작스러운 강력사건이 발생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야구단 인원 변동이 잦다 보니 타자가 투수로 나서거나 내야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일상이 됐다. 모두 기본 체력이 뛰어나고, 엘리트 선수 출신도 있어 가능한 일이다.
창단 멤버인 김 경사는 투수, 포수, 타자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게 됐지만, 가장 잘하는 것은 내야수라고 한다. 김 경사는 “9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오랫동안 야구를 좋아하면서도 직접 야구를 하는 여성들이 많이 없어 시청만 했었다”며 “경찰청에서 여자야구단을 만든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합류하게 됐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듯’ 야구를 익혔다. 김 경사는 “야구라는 종목이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그게 가장 아쉬웠다”면서 “사설 레슨장에서 레슨을 받기도 했고, 바로 실전 경기를 치르면서 하나씩 깨우치며 조금씩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야구선수 출신 신입 경찰이 재능기부로 코치를 맡기로 했다.
올해는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여자야구리그가 3월~10월까지 권역별로 진행된다. 리그 전 동계훈련 기간인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주 훈련에 매진했다.
경찰청 야구단은 지난 2024년 제천 의림지배 여자야구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경사는 “1년에 다섯 차례 정도 전국대회가 있는데 대진운 등 여러 변수도 있겠지만, 2024년처럼 3위 안에 드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했다.
경찰청 여자야구단은 지난달 종영한 스포츠 예능 ‘야구여왕’에서 인천 SSG랜더스 추신수 구단주 보좌역이 감독을 맡은 여자 야구팀 ‘블랙퀸즈’의 첫 정식 경기 상대로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이달 초 SSG랜더스 홈경기에서는 김 경사를 비롯한 야구단 소속 선수 3명이 필드에서 시포·시구·시타를 맡기도 했다. 김 경사는 “SSG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팬이어서 언젠가 시구를 해보고 싶었다”며 “막연했던 꿈이 현실이 돼 ‘성공한 덕후’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자 풋살 등 여성들의 단체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자야구는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종목이기도 하다. 김 경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야구는 장비와 넓은 공간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있다”면서도 “한 번 빠지면 매력이 엄청난 스포츠다. 이렇게 여자들이 모여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자프로야구팀이 없다 보니 동호회 팀에서도 국가대표 선수가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그는 “함께 운동했던 이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경찰로 일하는 데 야구가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는 것이 김 경사의 생각이다.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직업적인 고민, 스트레스를 공유하고 고충을 나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상담 시간을 가지며 선후배 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동료들의 단합과 스트레스 해소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요. 여자 경찰관들이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정말 재미있거든요. 한 번 참여해보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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