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 만들어야’ 화성시 만세구 전곡산업단지 아리셀 참사 현장 옆 울타리, 파란 리본이 봄바람에 나부낀다. 2024년 6월 24일, 스물세명의 노동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희생자 가운데 한국인은 5명, 중국 국적이 17명, 라오스 국적이 1명이었다. 한 개의 리튬전지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순식간에 배터리 3만5천개의 연쇄 폭발로 번졌다. 손쓸 겨를도 없이 화마는 공장 건물 전체를 집어삼켰다. 현장에는 리튬 화재용 특수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법적 의무가 없는 탓이다. 전체 공장 중 일부만 확인하는 ‘샘플 점검’도 화근이 됐다. 제도의 빈틈과 안일한 관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비극을 호출한다. 지독하게 반복되는 참사의 공식이다.
아리셀 참사 이후 660일이 지났다. 그러나 희생자 23명 가운데 온전히 유해가 수습된 이는 아직 3명뿐이다. 유가족은 유해 잔해라도 찾기를 바라지만 참사 현장인 공장은 접근통제 상태다. 여전히 폴리스라인이 둘러쳐져 있고, 일반인은 물론 유가족조차 발 들이기가 힘들다. 경찰은 수사가 일단락된 만큼 유해 수습에 앞장서기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역시 공장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업체 허가 없이는 도울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한발 물러선다.
최근에는 회사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가 공장이 매각이라도 되면 참사 현장 자체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유가족들은 더 애가 탄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가족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지는 건 또 다른 상실이자 공포다. 단순한 공간의 소멸이 아닌, 기억과 책임의 증거도 함께 지워지는 일이다.
결국 유가족들은 오는 17일 거리로 나선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 수습과 현장 보존을 국가와 사회에 촉구할 예정이다. 다른 대형 참사에서 국가와 지자체, 유관기관이 주도적으로 수습을 이끌었던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번 사안에서 드러나는 소극적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 장소가 기업의 공장이었다는 이유로 책임까지 민간에 한정될 수는 없다. 산업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사고 이후의 수습과 치유 또한 국가의 책무다. 유가족들은 오늘도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유가족의 시간은 2024년 6월 24일에 멈춰 있다. 아리셀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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