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반 항만전문 시스템 도입
200㎿급 데이터센터 건립 필요
인천해수청·항만公·市의 협치
미래 100년을 담보할 생존전략
21세기 글로벌 해양물류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 과거 항만 경쟁력이 수심의 깊이나 하역크레인의 웅장함, 넓은 배후부지와 같은 ‘물리적 하드웨어’에 의해 결정됐다면, 이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물류의 흐름을 지배하는 ‘디지털 소프트웨어’ 시대로 진입했다.
수도권 경제 관문이자 대중국 교역의 절대적 핵심거점인 인천항은 중대한 역사의 기로에 섰다. 단순 하역과 보관 중심의 전통적 ‘경유지’로 남을 것인가, 막대한 데이터가 흐르고 새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능형 통합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인가.
해답은 바로 ‘AI기반 항만전문가 시스템’과 ‘200㎿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첫째, 인천항은 지체 없이 ‘AI기반 항만전문가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물리적 자동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갑문을 운영하는 인천항 특유의 복잡한 선박 입출항 스케줄링, 터미널 내 하역장비의 최적 할당,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극심한 내륙운송망의 교통 분산, 까다로운 세관 통관절차에 이르기까지 항만 물류의 전 과정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거대한 인지적 두뇌’를 이식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수십년간 축적된 항만 전문가들의 직관과 노하우를 딥러닝 및 디지털트윈 알고리즘으로 체계화하여 병목현상을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나아가 기상 악화나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돌발 변수에도 AI가 최적의 우회로를 1초 단위로 즉각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천항은 물류 지연 제로를 달성하고 화주와 선사에게 압도적인 시간 및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둘째, 이 거대한 AI두뇌를 24시간 무중단 가동하기 위한 심장으로서 ‘200㎿급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항만 배후단지에 건립해야 한다.
AI 항만전문가 시스템이 수천만건의 물류·금융·기상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는 가동 시 막대한 열을 뿜어내는데 항만은 이를 식히기에 가장 완벽한 입지조건이다. 인천 앞바다의 무한한 해수를 냉각수로 활용하거나, 인근 송도 LNG 인수기지 등에서 액화천연가스를 기화할 때 버려지는 영하 162도 초저온 냉열을 냉각시스템에 연계해야 한다.
이는 전력 사용 효율(PUE)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전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그린 데이터 허브’를 완성할 것이다. 나아가 이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의 금융·IT·해상 보험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국가적 데이터 뱅크’로 기능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인천해양수산청·인천항만공사·인천시 간 ‘초격차 3각 협치’가 필요하다. 어느 한 기관의 예산과 권한만으로는 실현할 수 없는 국책급 과업이기 때문이다. 세 기관은 관료주의적 칸막이를 걷어내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인천해양수산청은 법적·제도적 빗장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 데이터센터와 AI융복합인프라가 항만배후단지에 원활히 입주할 수 있도록 항만기본계획에 명문화하고 해역이용 및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인천항만공사는 부지를 빌려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민간자본 유치에 나서고 글로벌 빅테크기업들과 벤처를 설립해 ‘시스템 설계자이자 데이터플랫폼 운영자’로서 수익 창출을 주도해야 한다.
인천시는 글로벌 해양·IT 융복합 도시로 도약시킬 최우선 앵커사업으로 이 프로젝트를 인식해야 한다. 초대형 전력망 확충을 중앙정부와 담판을 짓고 지역 자원과 연계해 AI항만시스템을 운영할 청년 고급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선진 항만들은 이미 ‘디지털 트윈’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인천항이 데이터가 모이고 새 지식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글로벌 ‘오션 실리콘밸리’로 진화하기 위해 세 기관이 당장 뭉쳐야 한다. 이는 인천항의 미래 100년을 담보할 확실한 생존전략이다.
/김학소 청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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