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개항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부족
마치 자발적 문호개방처럼 여겨지고 있어
탈식민·탈근대의 새로운 전망 모색해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마련한 강화도조약 150주년 기획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3부로 구성된 특별전의 제1부는 개항 이후 인천의 변화를 담은 사료, 제2부는 개국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를 보여주는 자료, 제3부는 강화도조약 체결과 관련된 자료들이었다. 이번 전시는 강화도 조약체결 이후 150년간의 각종 조약체결 자료와 인천의 개항과 변천상을 제시하려는 전시다. 박물관은 1908년 인천항을 기록한 프랑스 영상이나 다양한 외교문서들을 준비했으나 전시기획 논란으로 강화도조약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려던 애초의 의도는 빛이 바래고 말았다.
강화도조약은 1876년 2월27일 조선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조일수호조규 운요호 사건’ 이후 일본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 체결된 조약이었다. 이 조약의 내용은 조선을 ‘자주국’으로 규정하여 청의 종주권 배제, 부산 외 2개 항구 추가 개항 명문화, 일본의 조선 해안 측량권과 조선내 일본인의 치외법권을 인정한 것이다. 뒤이어 체결된 조일수호조규부록, 조일무역규칙, 조일수호조규속약으로 일본 화폐 사용, 무관세, 양곡 유출, 일본인의 활동 범위 확대가 가능해졌고 조선의 불이익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번 특별전은 강화도조약의 ‘자주’와 ‘개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쇄국으로 일관하던 ‘우물안 개구리’(조선)가 ‘돌연’ 세계의 ‘바다에 뛰어들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룬 것처럼 설정했다. 강화도조약을 오늘의 K-컬처와, 제물포 개항을 글로벌 도시 인천과 연결하는 서사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곧바로 인과관계처럼 전도시킨 것이다. 이런 역사인식으로 강화도조약의 강압성과 불평등성, 제물포 개항 이후 식민도시화의 구조적 문제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오늘의 한국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강화도조약이나 개항의 결과가 아니라 식민지 종속과 수탈, 해방 뒤 분단의 비극까지 극복하고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뤄온 민족 공동체의 노력이다. 제국주의가 무력으로 영토를 점령할 수는 있어도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해방과 자유의 의지까지 말살하고 지배할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근대사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이자 제국주의자들과 패권주의자들에게 들려줄 경고이다.
인천에 개항의 유산, 개항의 서사는 넘쳐나지만 정작 개항에 대한 본격적 논의는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개항이 가치중립적 개항장(Open Port)처럼, 마치 자발적 문호개방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제물포 개항(1883) 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거치며 인천은 일본의 식민도시 ‘소일본(小日本)’으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의 개항은 개항으로 일약 아시아의 제국이 된 요코하마의 개항과 다르며 반식민지로 떨어진 중국의 개항과도 다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입체적 시각이다. 우선 한국의 근대를 통계수치만 주목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이나 이식된 근대에 대한 성찰 없는 ‘최초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식민지를 수탈과 억압의 구조로만 환원하는 것도 협소하고 단선적인 시각이다. 조선후기에 내재적 발전 가능성도 있었다. 제국주의의 강압과 수탈, 동화 정책의 폭력 속에서도 피식민지 민중이 끈질기게 저항하고 결국 식민지배를 저지해낸 역사도 함께 투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천의 근대는 강화도조약 이후 제국주의적 강제개항과 조계지 체제, 식민도시화 속에서 형성된 비대칭적 근대였다. 개항장 인천의 국제성, 항만성, 혼종성과 다문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조직되었고 누가 배제되었는가를 동시에 물어야 한다. 인천의 근대사는 제물포 조약과 개항-조계지-식민도시-해방 이후 도시 공간 재편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강제개항과 식민지 지배로 형성된 ‘식민지적 근대’ 사회로 이해하고 문화와 일상은 ‘식민지 근대성(Colonial Modernity)’으로 설명해왔다. 이제 우리는 이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종합하면서 탈식민 탈근대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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