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과일·채소운송비용 상승
외식·소비 줄자 경매가격도 하락
시장 고육지책 할인… 발길 줄어
“중동전쟁 발발 이후 이용객이 급감해 시장이 텅 비었습니다. 코로나19 때와 비교해도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위기가 농산물 유통업계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고유가 여파로 과일·채소 유통비용은 늘었지만, 소비가 줄면서 도매시장 경매가격은 예년보다 하락하는 등 상인들 근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오전 9시께 찾은 인천 남동구 남촌농축산물도매시장. 과일과 채소 경매가 끝나고 식자재를 구매하려는 소상공인들이 한창 시장에 방문할 시간대지만,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 ‘무 1개 = 2천원, 2개 = 3천원’이라는 가격표를 내건 점포도 있었다. 지난해 개당 4천원에 육박했던 무 가격이 올 들어 하락했음에도 팔리지 않고 쌓이자 상인들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일종의 ‘할인’이다.
도매시장 채소 조합장인 임종학(68)씨는 “중동전쟁이 터지고 기름값을 시작으로 물가가 오르니 과일이나 채소를 사는 손님들이 평소 대비 절반도 안 된다”며 “식당에서 외식하는 사람이 줄면서 식자재 거래량도 감소해 채소 판매 매출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남촌농축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올해 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1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시기 하루 평균 매출액(16억원) 대비 12.5% 줄어든 수치다. 고유가에 시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과일과 채소를 구매하는 발걸음이 줄어든 영향이다.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남촌농축산물도매시장에서 취급하는 무, 상추, 오이 등의 경매가격은 4월 1주차 대비 2주차 들어 6~9%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과일 경매가격도 하락한 품목이 여럿 있다. 참외 10㎏ 경매가격은 4월 1주차 당시 6만5천481원에서 2주차 들어 5만6천565원으로 13.6%나 하락했고, 토마토 5㎏ 경매가격 역시 같은 시기 2만28원에서 1만8천441원으로 7.9% 하락했다.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과일·채소 출하량은 계속 늘고 있어 가격이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 저온으로 인한 냉해 피해가 이어졌던 작년 봄과 달리 올해는 날씨가 일찍 온화해지면서 산지에서 출하되는 과일과 채소 물량이 늘어서다.
통상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는 반등하는 게 일반적인 시장 논리지만, 농업은 제조업과 달리 생산량을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줄이기가 어려워 당분간 공급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길어져 내수 심리가 얼어붙으면 과일과 채소가 쌓일 수밖에 없다. 과일·채소를 재배하는 생산자와 도매시장 상인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다.
설상가상으로 유류비가 오르면서 전국 각지 도매시장으로 상품을 보내려는 생산자들의 유통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개인 화물기사나 물류 업체가 비싼 유류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배송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어서다.
인천농산물(주) 조경진 대표는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유통비용도 늘어날 텐데, 안 그래도 소비가 줄어 제값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비용만 계속 나가면 남는 게 없다”며 “물량이 많이 나와도 팔면 팔수록 손해만 보니 밭을 갈아엎는 게 낫다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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