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9시께 하남시 교산지구 재건축 예정지. 텅 빈 공사 현장 땅이 5m 깊이로 푹 꺼진 가운데 컨테이너 1대와 승용차 1대가 떨어져 있었다. 도심 안에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건물 안에 있던 시민 2명과 승용차 운전자 1명이 땅 속에 고립되는 일이 벌어졌다.
실제로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 싱크홀 발생에 대비한 훈련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날 ‘2026년 붕괴사고(싱크홀) 대응 소방관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하남소방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 특수대응단 등 소방 인력이 참여했다. 소방당국은 폐컨테이너를 활용해 싱크홀로 1층짜리 주택 건물이 무너진 상황을 설정했다.
훈련은 싱크홀 사고에 투입되는 전문 소방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진행됐다.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된 하남소방서 대원들은 무너진 땅 아래로 곧장 보이는 시민 1명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사다리를 이용해 즉각 구조했다.
싱크홀이 생기면 땅 속에 있는 하수 처리 시설이나 상수도관이 파손돼 유독 가스가 유출돼 고립자들이 질식할 우려가 있다.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당국은 지하에 송풍기를 설치했다.
시민 한 명이 구조된 직후 ‘삐용’하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추가 붕괴 징후를 감지한 붕괴경보기가 경고음을 낸 것이다. 붕괴경보기는 지각 변동이나 토사 유출 등을 종합해 지반의 붕괴 위험성을 측정한다. 경보기의 알림에 따라 땅 속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대부분 지상으로 긴급 대피했지만, 대원 1명이 지하에 고립된 상황을 가정했다.
이번엔 붕괴 전문 구조를 실시하는 119특수대응단이 투입됐다. 특수대응단은 붕괴, 항공 사고 등 대형 사고가 벌어졌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전문 대원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싱크홀 등 붕괴 현장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탓에 음향 탐지기, 내시경 카메라 등 전문 장비를 활용해 구조에 나서야 한다.
특수대응단은 먼저 건물이 가라앉지 않도록 고정했다. 구조 과정에서 하중이 있는 건물 등이 아래로 떨어지거나 부서지게 되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소방 고가차량의 대형 사다리에 로프를 매달아 특수 대원을 연결한 뒤 땅 속에 내려가 고립된 대원 1명을 구조했다.
이때 2차 붕괴 위험이 감지됐다. 붕괴 가능성이 높은 장소에는 무거운 장비나 차량이 진입하는 게 위험하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전문 장비와 차량을 철수하고 남은 고립자를 구조하는 훈련을 이어갔다.
마지막 고립자는 차량 안에 갇힌 운전자였다. 소방당국은 싱크홀 양 옆에 삼각대를 설치한 뒤 로프를 연결했다. 로프를 타고 내려간 대원 2명은 전문 절단 장비를 활용해 찌그러진 차문을 개방하고 안에 있는 운전자를 구조해 지상으로 올렸다. 사고 현장에 있는 건물이나 하중이 있는 물체가 추락하거나 무너지는 것을 막는 안정화 작업을 끝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녹는 해빙기를 거치는 봄과 집중 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는 장마철을 낀 여름은 싱크홀 사고가 빈번한 시기로 꼽힌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 내 싱크홀 사고는 여름철(155건)에 가장 많이 발생했고, 봄철(55건)이 뒤를 이었다.
이번 훈련을 지휘한 119특수대응단 이준승 팀장은 “도심 싱크홀은 노후 도시뿐만 아니라 신도시, 도시 개발을 위해 시공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