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보호소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도입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되레 보호소 대거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신고기한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100마리 미만 보호시설은 유예될 예정이지만, 100마리 이상 보호시설들은 신고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민간 동물보호시설 신고제는 동물보호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2023년 4월 도입됐다. 400마리 이상을 보호 중인 민간 보호시설에 우선 적용됐다. 이어 100마리 이상 400마리 미만은 지난해 4월 27일부터 시행돼 현재 신고를 받고 있다. 20마리 이상 100마리 미만은 당초 이달 27일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보호소들의 반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신고기한 3년 추가 유예에 나섰다. 동물보호소를 양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가 현장에서는 생존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 설계가 현실과 어긋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입지 규제다. 동물보호법상 시설·운영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농지법과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음이나 냄새 민원을 피해 도심 외곽지역 농지 등에 시설을 마련한 경우가 많은데,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설립 당시에는 지자체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관련법 개정으로 신고가 불가능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용인 처인구 절대농지(농업진흥지역)에 설립된 한 보호소는 2012년 지자체 허가를 받았지만, 보호 목적 운영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관련 당국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 부지에 위치한 시설에 대해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나 동물관련시설로 건축법상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농지는 농지법상 용도변경 자체가 허용되지 않을 뿐더러, 제1종 근린생활시설 역시 건축법상 제2종 변경이 어렵다. 지난해 12월 기준 신고 접수 건수가 불과 17건에 그친 것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다수 민간 동물보호소는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다. 단기간 내에 이전이나 대규모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관련 시민모임은 보호소가 사라지면 동물들은 갈 곳을 잃고, 결국 동물 안락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동물보호 정책의 목적은 숫자가 아니라 생명이다. 보호소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보호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제도가 재설계돼야 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현장에 기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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