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수 사상 첫 천만 돌파
새 소비 주체이자 약한 고리…
미디어가 비추는 단면과 ‘간극’
주거·복지 등 컨트롤 타워 필요
우리나라의 가구 지형이 유례없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1인 세대 수는 사상 처음 천만 세대를 돌파했다. 전체 세대의 약 42%에 달해 다섯 세대 중 두 세대꼴로 ‘나 혼자’ 사는 셈이다.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 증가와 비혼 청년층의 급증이 맞물린 결과다.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며 혼자 생활하는 가구를 의미하는 ‘1인 가구’ 역시 800만을 넘어섰다. 이러한 실상을 반영하듯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속 화려한 싱글 라이프가 대중의 관심을 크게 얻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1인 가구의 실상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성’에 가깝다.
이제 1인 가구 문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선택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가 되었다. 1인 가구의 가장 치명적인 경제적 약점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인 가구는 식재료 대량 구매와 주거비·관리비 분담을 통해 고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1인 가구는 가구원 수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필수 생활비를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1인 가구의 한계소비성향이 다인 가구보다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소비 여력이 커서가 아니라,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와 식료품비 등 생계형 필수 지출에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 1인 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큰 적자 가구인 경우가 많아, 고물가·고금리라는 거시경제 충격을 완충 장치 없이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더해 1인 가구의 급증은 심리적 고립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전이될 수 있다.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은 개인의 정신적 고통을 넘어 우울증, 자살, 고독사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과 복지·의료비 증가 등 사회·경제적 손실은 국내에서만 연간 약 7조5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영국과 일본이 각각 ‘외로움부’와 ‘고립담당상’을 신설해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이 문제를 단순한 감정의 영역이 아닌 경제적 손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천시가 지자체 최초로 ‘외로움 TF’를 출범하고 컨트롤 타워 구축에 나선 것은 경제적 빈곤이 관계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선제적 방어선으로서 고무적인 조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미디어가 비추는 포장된 단면과 실제 삶 사이의 괴리다. 통계적으로 1인 가구의 가장 큰 비중은 70세 이상 고령층이며, 이들의 소득과 자산은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돈다. 미디어가 1인 가구를 자유롭고 세련된 문화로 소비하는 동안, 현실의 청년들은 전세 사기의 공포와 저성장·저임금의 굴레 속에서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따라서 1인 가구 정책은 단순히 혼자 사는 삶을 장려하거나 고착화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초저출산 시대의 1인 가구 대책은 이들이 겪는 불합리한 경제적 비용을 경감해주되, 궁극적으로는 주거 안정성과 소득 기반을 강화하여 공동체 복귀나 결혼이라는 선택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
현재 1인 가구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소비 주체인 동시에 가장 약한 고리다. 이들의 취약성을 방치한 채 가구 수만 늘어난다면, 내수 위축과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일본식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정부는 대출 지원 같은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도심 유휴부지 활용 공공주택 확대, 공유 경제 모델 지원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직업 훈련과 연계된 소득 강화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1인 가구 문제는 주거·고용·복지 등 여러 영역이 얽힌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이를 개별 부처에 맡기기보다 국무총리 직속의 전담 기구를 신설하여 범부처 차원의 통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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