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금지법 대안 식재료 주목
경기도 가축경매시장 ‘첫 등장’
78㎏ 대형 개체 등장할 땐 ‘탄성’
공급 과잉… 1년 새 가격 반토막
투자 몰렸지만 조절 장치 부족해
큰 뿔을 단 생소한 가축이 경매장에 올라왔다. 개 식용 금지법 통과 이후 대안 보양 식재료로 주목받는 염소들이 경기도 가축경매시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15일 오전 9시 화성 수원축협 가축시장. 염소를 실은 트럭들이 하나둘씩 경매장으로 들어섰다. 경기도에서 염소경매가 이루어지는 첫날, 우리 안에 내려진 염소들을 둘러싸고 참가자 30여명이 먼저 도착해 체형과 털 상태를 살폈다. 마음에 드는 염소를 미리 점찍어두는 모습이었다.
화성에서 염소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은주(65)씨는 50㎏대 암컷과 거세 수컷 3마리를 미리 골라뒀다. 직접 염소를 길러 식당을 운영해왔다는 그는 “처음이라 궁금해서 와봤는데 괜찮은 개체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축협 직원들이 염소의 체중과 상태를 보고 최저가격을 칠판에 적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출품된 48㎏ 염소의 시작가는 28만8천원. 가격이 불리자 농장주들 사이에선 “아이고 좀 더 받아야 하는데”라는 아쉬운 탄식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며 경매장에는 100여명 넘는 인파가 몰리며 염소보다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 화성 병점에서 염소 농장을 운영하는 김영해(71)씨는 염소를 출하하지는 않았지만 첫 경매를 보기 위해 찾았다. 그는 “30년 넘게 충주까지 내려가서 팔았는데 이제 가까운 데서 거래할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는 12개 농가에서 암컷 20두, 수컷 26두, 거세 14두 등 총 60두가 출품됐다. 개체별 편차도 컸다. 78㎏짜리 대형 거세염소가 등장하자 현장에서는 “저렇게 큰 게 있나”라며 탄성이 나왔다. 반면 20㎏대 어린 염소를 종자로 키우기 위해 직접 등과 배를 만져 건강상태를 살피는 이들도 있었다.
경매 방식은 개별 호가가 아닌 일괄 입찰 방식이었다. 구매 희망자가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입력하면 최고가를 쓴 사람이 낙찰받는 구조다.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 참가자들을 위해 축협 직원들이 현장을 돌며 입력을 도왔다.
오전 10시 40분 경매가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빠르게 식었다. 1차 경매가 끝났을 때 낙찰된 물량은 19두에 그쳤고 일부는 출하를 포기하고 경매에 나온 염소를 돌려받았다. 2차 경매에서 가격을 더 낮춰 진행하자 일부 농가는 이탈하기 시작했다.
2차 경매에는 절반 가까운 물량이 중도 포기됐고 현장에 남은 참가자도 1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화성에서 흑염소 농가를 운영하는 김민태(71)씨는 “예전엔 40㎏ 기준 100만원도 받았는데 지금은 40만원도 안 돼 사룟값도 안 나온다”며 “중간에 경매를 포기하는 농가들 마음 이해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35분 3차 최종 경매까지 이어졌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낙찰된 물량은 24두에 그쳤다. 16두는 유찰됐고 20두는 경매를 포기하면서 일부 농가는 염소를 다시 트럭에 싣고 돌아가야 했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78㎏ 대형 염소 역시 결국 낙찰되지 못했다. 염소 주인은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돌아갔다.
현장에서 드러난 가격 하락은 단순한 시장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국내 염소 평균 가격은 1년 새 반토막이 났는데 이는 사육 및 출하 급증, 호주산 수입 물량 유입 등이 겹친 공급 과잉 때문으로 보인다. 개 식용 금지 이후 염소고기가 대체육으로 주목받아 투자는 몰렸지만, 이를 조절할 장치가 부족했다는 게 농가들의 한숨이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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