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열두 번째 봄이 돌아왔다.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지는 장면을 전 국민이 참담하게 목격했다. 국가는 부재했고, 안전망은 작동하지 않았다. 꽃 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에게 숨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됐다. 그들은 사회가 덧씌운 편견, 트라우마와 싸우며 ‘기억의 힘’으로 버티고 버텼다. 노란리본에 생채기가 나는 사이에도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도 참사,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사회적 비극은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때마다 진실을 묻는 이들과 숨기려는 자들의 충돌, 책임 떠넘기기와 단편적 대응이 반복됐다. 대한민국은 12년 전보다 안전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국민 안전권을 명문화한 ‘생명안전기본법’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에 걸려 있다. 2020년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3월 박주민 의원 등이 재발의한 이 법안은 국민 안전권의 보장과 독립적인 재난조사기구 설립을 담고 있다. 재난 수습 이후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피해자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안전 약자를 지켜주는 실질적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늦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유가족과 시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정치권은 또다시 정쟁의 도구로 삼아 법안을 지연시킬 명분이 없다.
‘기억, 약속, 책임’.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참사 12년 만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가족 곁에 앉았다. “그날의 과오와 그 무거운 교훈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 대통령은 추모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유가족을 만나 약속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법만큼 시급한 과제는 없다. ‘생명안전기본법’은 안전한 나라로 가는 출발점이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12년 동안 되풀이된 약속은 이제 법안 통과라는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은 오늘도 망각과 싸우고 있다. 기억은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이다. 아프지만 304명의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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