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유가 융단폭격… 항공업계 ‘검은 눈물’

33단계 진입… 왕복 최대 112만원

항공권 가격 인상에도 부담 커져

여행사 부담 급증·수요 위축 우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오는 5월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단계로 뛰어올랐다. 사진은 이날 인천공항 대한항공 카운터. 2026.4.16 /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오는 5월 발권하는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단계로 뛰어올랐다. 사진은 이날 인천공항 대한항공 카운터. 2026.4.16 /연합뉴스

중동 전쟁 영향으로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게 됐다. 해외여행 비용 부담으로 여행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진 데다, 고유가·고환율 영향도 계속되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이어오던 항공·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대한항공의 다음 달 국제선 유류할증료(왕복 기준)는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112만8천원으로 책정됐다. 중동 전쟁 이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최대 7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유류할증료가 급격히 오른 것은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의 영향이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항공유(MOPS)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총 33단계로 나눠 결정된다. 다음 달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올해 3월16일~4월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은 1갤런당 511.21센트로, 최고 단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를 넘어섰다.

2016년 현행 유류할증료 체계가 도입된 이후 33단계가 적용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유류할증료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항공권 가격도 급격히 상승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다음 달 유류할증료는 왕복 기준 15만원에서 28만8천원으로, 지난 2월보다 12만9천~26만7천원 비싸졌다. 유류할증료가 가장 높은 미주 지역 항공권을 다음 달에 구매하면 1인당 112만원을 더 내야 한다.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여행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 노선도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졌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유류할증료가 최대 170만원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뜻 항공권을 구매하기 어려울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라 여행 수요가 위축되면서 항공·여행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계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권을 많이 구매하는 5~6월 유류할증료가 급등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경우 항공권 판매와 여행상품 예약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의 운영 비용 중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유류할증료가 올랐지만, 유가 상승 폭이 인상분을 웃돌고 있어 비용을 모두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유류비와 리스료, 정비비 등을 대부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항공권 가격이 인상됐지만,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 커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삼중고’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중동 사태가 끝나더라도 고환율·고유가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