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9시간 노동… 4대 보험·퇴직금도 못받아
7년전 시의회 예산 전액 삭감, 단원 60명 해촉
“노조 설립 빌미”… 부당해고 판정 받고 복귀
“개인 연습시간 노동 포함” 시에 절충안 요구
양주시, 고려 입장 “지방선거 이후에나 판단”
양주시립교향악단 소속으로 바순을 연주하는 이은경(47)씨의 ‘파리 목숨’ 신분은 악단에 들어온 1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주 노동시간이 9시간으로 묶인 ‘초단시간 노동자’여서 그때나 지금이나 본업인 악단 일로만 생계를 이어가기에 팍팍하다. 공공기관에 속한 보통의 노동자들이 받는 주휴수당·퇴직금은 물론 4대보험의 온전한 보장도 이씨처럼 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 단원들에게는 먼 얘기다. 퇴직급여법은 계속 노동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와 함께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4주의 평균) 미만인 노동자를 퇴직급여 적용 예외대상으로 두고 있다.
■ 불안정 일터… 일상이 된 부업
그러다 보니 이씨와 동료들은 투잡·스리잡이 일상이다. 이들 중 예식장 ‘오부리’(연주 밖 행사의 업계 은어) 등을 뛰며 생활을 이어가는 건 5년차 단원이나 20년차 베테랑 단원 할 것 없이 흔한 모습이고 비닐 제조공장, 택배·물류창고, 배달노동 등으로 밥벌이를 하는 단원도 있다고 한다. “‘시향 타이틀’을 얻으려고 큰 꿈을 품고 들어온 동료들이 버티지 못해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창단 20년이 넘도록 여전히 초단시간 노동에 갇혀 있는데 이 문제가 단원들의 처우를 넘어 양질의 공공예술과 문화서비스를 누려야 할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는 왜 모를까요.” 이씨는 말한다.
양주시립예술단원들이 초단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불안정 일터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불과 7년 전인 지난 2018년 말 시의회의 운영예산 전액 삭감으로 60명 전원 일방해촉(계약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합창단 지휘자의 갑질 의혹에 대항해 단원들이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을 만들었는데, 이를 빌미 삼아 예산 삭감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노조 측은 반발했다. 실제 시의원 몇몇은 본회의 등에서 노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당시 거리로 내몰렸던 단원들은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며 지역사회와 국회를 찾아 목소리를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끝에 6개월여 만에 일터로 복귀할 수 있었다.
■ “연주시간이 곧 공연의 질”
단원들이 노동시간을 늘려달라 주장하는 건 단지 급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연주(노동)시간 확장이 곧 수준 높은 공연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합창단에서 알토 파트를 맡은 김민정(44)씨는 “1주 최대 9시간으로 연주를 공연에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요즘에는 춤을 추며 곡을 부르는 케이스가 많아 그 시간 연습해 악보를 외워서 부르기커녕 보고 부르기조차 버겁다”며 “예술가로 자존심이 있어 따로 시간을 들여 개인 연습들을 하는데, 그럼에도 난이도가 높은 클래시컬한 곡의 합주 등 공연의 다양성을 넓힐 수 없는 지금의 여건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단원들은 개인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절충적 대안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나 있는 시예술단의 연습실을 교향악단(월·수)과 합창단(화·목)이 나눠 쓸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단체 연주 시간을 늘리기보다 이런 절충안이 알맞다는 것이다. 이은경씨는 “냉·난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낡은 환경이라 겨울에는 손난로를 품어야 하고, 여름에는 땀을 삐질 삐질 흘리기 일쑤”라며 “무엇보다 공간이 협소한 문제가 큰데 시에도 공간을 넓혀 달라 요청했지만 답은 없고, 이럴거면 다른 지자체가 하는 거처럼 개별연습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개인시간 보장” vs “시기상조”
실제 용인시립예술단원들은 올해부터 개인 시간 4시간을 보장받으면서 주 근무시간을 16시간으로 늘렸다. 퇴직금, 4대보험 보장 근거와 더불어 개별 연습시간을 늘려 상임화의 징검다리를 놓은 셈이다. 용인시립예술단원이자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장 김병주씨는 “그간 집이나 연습실에서 개인이 연습한 것을 ‘공짜노동’이라고 불렀는데 이제서야 제도로 인정받게 된 것”이라며 “공공예술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시민들이 가까운 자리에서 향유해야 할 지속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그동안 비상임업무로 다뤄진 것이 문제였고, 양주·하남 등 초단시간 노동을 겪는 시예술단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주시는 단원들의 요구에 대화 여지가 있다면서도, 시기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예술단 노조의 주 15시간 이상 요구는 계속 이어져 왔고, 이에 따라 시 재정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협의할 의사가 있다는 회신을 했는데, 노조가 공문서 형식으로 요구하는 ‘확약 의견’은 현재 실무진 차원에서 어려운 상황이고 지방선거 이후에나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인 연습시간 보장을 통한 노동시간 연장에 대해서는 “관리가 안되는 개인 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은 인정하기 어렵고, 시간을 늘리더라도 확보된 연습공간을 주5일(하루 3시간씩)로 나눠서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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