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하나금융티아이 ‘미디어아트 갤러리’
로비에 인천예고 출신 전혜주 초대형 작품 상영
인천문화재단과 협업, 2017년부터 22명 전시
인천 청라국제도시 어딘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인천 서구의 한 IT기업 사옥 로비에 마련된 ‘미디어아트 갤러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편견일까요. IT 기업과 ‘예술’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어색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IT 기업 로비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한 번 직접 가보기로 했습니다.
일부러 아무런 사전 ‘공부’를 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로비에 도착하니 길쭉한 모습의 서로 다른 크기의 초대형 전광판 3개가 설치돼 있었고, 각각의 화면에서는 눈을 사로잡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로비에서 올려다보면 가장 왼쪽 전광판이 가장 컸고 나머지 두 개의 전광판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나중에 조사해 보니 첫 번째 스크린은 폭 2.08m 높이 17.68m, 가운데는 같은 폭에 높이 12.48m, 가장 오른쪽 전광판 역시 같은 폭에 높이가 8.32m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풀HD 전광판이었습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세포와 꽃가루 형상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떠다니는 영상이 반복되며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로비 한편에 작품을 소개하는 얇은 책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작가명은 전혜주, 작품명은 ‘형성충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형성충동이라는 제목 옆에 같은 의미의 독일어 제목 ‘Bildungstrieb’과 설명이 쓰여 있습니다. 참고로 전혜주 작가는 인천예고를 졸업한 인천 토박이 작가입니다.
“<형성충동>은 자연의 형식이 스스로를 만들어내는 힘과, 그 형성을 가속하거나 변형시키는 기술적·시각적 체계를 함께 바라보는 영상 설치 작업이다…우리가 자연이라고 믿어온 형식들은 무엇으로 구성되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묻는다”
조금은 난해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세포’ ‘꽃가루’ 등을 떠올린 걸 보면 제 시각도 그렇게 엉터리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이곳은 하나금융그룹에서 ‘디지털 혁신’을 담당하고 있는 IT 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 로비입니다. 이곳을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매일 이 작품을 몇 번씩 마주칩니다.
작품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개발자로 일하는 한 직원은 “출퇴근길에 마주하는 미디어아트 갤러리 덕분에 바쁜 업무 중에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며 “예술이 주는 따뜻한 위로를 경험하고 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좋다”고 말합니다.
이 업체가 처음 이곳 청라에 처음 자리를 잡은 2017년입니다. 하나금융티아이 직원들은 이곳에 사옥을 마련하기 이전까지 이곳저곳에 각자 흩어져서 일하는 이산가족 신세였다고 합니다. 새 집을 마련하고 한 자리에 모이니 다들 좋아했는데, 딱 한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는 삭막하기 그지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회사 로비에 걸린 동시대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위로가 됐다고 합니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벌써 작가 22명의 작품이 이곳에 전시됐습니다. ‘0’과 ‘1’만 떠올려지는 IT 기업 심장부에 소중한 예술의 감성을 불어넣으며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셈입니다.
수많은 기업이 ‘메세나’라고 불리는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그런 활동이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닌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인천문화재단과 협업해 작가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작가를 선정하고 나면 그걸로 ‘끝’이라고 합니다. 하나금융티아이는 전시 작품에 개입하거나 특별한 요구사항을 제시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하나금융티아이 관계자는 “작가님이 하고 싶으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가님의 자율성에 전적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번 전시 주인공인 전혜주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전 작가는 “작가들에게 흔한 기회는 아니었다. 업체 대표와 대화하며 작품의 의미나 작가의 세계관을 공유하려는 노력도 느낄 수 있어 무척 인상적이었다”면서 “이러한 방식의 지역사회 환원도 있구나 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사회에서는 하나금융티아이가 인천 청라에서 묵묵히 쌓아온 9년의 소중한 경험이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오는 9월이면 하나금융그룹 본사가 청라 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금융티아이의 지난 9년의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인천 예술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또 인천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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