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공식 사과·문책 요구
‘동의 없는 성관계’ 법 개정 촉구
안산에서 발생한 ‘10대 청소년 노동자 성폭력 고소 무혐의 처분 및 사망 사건’을 둘러싼 경찰 수사시스템과 피해자 보호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청소년단체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을 “개인의 비극이 아닌 구조적 실패”로 규정하며 진상 규명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로 인한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17일 안산단원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대 여성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고소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수사 과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40대 고용주와 10대 노동자 사이의 압도적인 권력 격차를 무시한 채 편향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안산 단원구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0대 여성 A씨는 업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2월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피의자인 업주 B씨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이에 A씨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따라 재조사가 이뤄졌으나, 경찰은 지난 7일 종전과 동일하게 혐의없음 결론을 유지했다.
이에 공대위는 경찰이 CCTV에 나타난 일부 장면과 가해자의 ‘합의된 관계’라는 주장에 의존해 사건을 판단, 피해자가 지인에게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와 반복된 피해 정황 등 핵심 증거는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을 넘는 상태였음에도, 경찰이 이를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고용주와 청소년 노동자 간의 위계와 권력 관계를 배제한 채 외형적 행동만으로 판단한 것은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은 피해자를 단 한 차례 조사한 뒤 사건을 종결했고 이후 피해자가 남긴 이의신청서와 유서가 확인된 뒤에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보호보다 절차적 편의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산단원경찰서의 공식 사과 ▲부실수사 책임자 문책 ▲청소년 성범죄 수사 시 위력 관계를 반영한 지침 도입 ▲외부 전문가 참여 확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회에 ‘동의 없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안산/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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