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감소, 발달장애 비율은 증가 추세

한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 가까워

美 ‘조기개입’… 건강한 사회구성원 성장

박연희 세이브더칠드런 경인본부 경기아동권리센터장
박연희 세이브더칠드런 경인본부 경기아동권리센터장

국내 아동 762만여 명 가운데 약 9만 명이 등록 장애아동으로 파악된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구통계에 따르면 18세 미만 전체 장애아동의 약 75%는 지적·자폐성 등 발달장애 범주에 속한다.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발달장애가 발견된 아동 비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른바 ‘느린학습자’로 불리는 경계선 지능 아동까지 포함하면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결코 적지 않다. 현재 경기도에서도 발달의 어려움을 겪는 아동 규모가 적지 않으며 지원 수요도 높다.

발달지연·발달장애아동은 또래와 다른 속도로 성장한다. 언어와 사회성 발달의 차이로 일상과 학습, 또래 관계에서 반복적인 어려움을 경험한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언어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해 행동으로 드러내다 오해를 받기도 한다. 적절한 지원이 부족하면 자존감 저하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가 감당하는 현실도 무겁다. 아동의 발달이 또래와 다른 걸 발견하는 과정에서의 심리적 불안과 혼란, 반복되는 치료 일정과 경제적 부담, 복잡한 제도 속 스스로 정보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편견까지. 자녀의 성인기 이후 삶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부담은 장기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에 대한 조기개입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가깝다. 영유아기는 뇌 발달 가소성이 높은 시기로, 적절한 시기의 중재는 발달 격차를 완화하는 데 의미 있는 영향을 준다. 반대로 개입이 지연될 경우 향후 교육·돌봄·복지 영역에서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경기도 영유아 발달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발견 이후 사후관리와 영역 간 연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보건·보육·교육·복지가 분절적으로 운영되면 보호자 부담은 커지고, 개입의 적기를 놓칠 위험이 생길 수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동이 거주하는 지역인 만큼, 영유아 발달지원 정책에서도 선도적 모델을 구축할 책임과 가능성을 지닌다. 비단 서비스 이용 건수 확대를 넘어 발견부터 연계까지의 소요 기간과 접근 격차를 점검하고, 유관기관 간 원스톱 서비스 협력체계를 강화해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선제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며, 아동의 발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돼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은 모든 아동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제23조는 장애아동이 존엄과 자립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발달의 차이는 배제의 이유가 아니라, 더 적극적인 지원의 근거가 돼야 한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은 발달지연 영유아에 대한 조기개입을 연방법으로 보장하고 만 3세 미만 영유아는 주 정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아동뿐 아니라 가족을 지원 단위로 설정해 개별화 가족 서비스 계획(IFSP)을 수립하고 가정이나 어린이집 등 아동에게 친숙한 환경에서 아동의 발달 필요와 가족의 우선순위를 반영해 의료·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연령이 지나면 개별화교육계획(IEP)으로 전환 여부를 검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5년간 장애아동발달지원사업을 진행하며, 발달장애아동이 자신의 욕구와 특성에 맞는 놀이활동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사회성이 증진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놀이활동 전문가와의 주기적인 놀이 경험과 소그룹·집단 활동을 통해 아동의 상호작용이 향상되고 일상생활에서의 긴장도가 낮아지면서 안내와 지시를 수용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됐다. 발달장애아동의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더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다.

/박연희 세이브더칠드런 경인본부 경기아동권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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