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일터에 투잡·스리잡 일상

개인 연습시간도 노동 포함 요구

양주시 “지선 후 결정될 수 있는 사안”

양주시립예술단이 연습실에서 합주를 진행하고 있다. /양주시립예술단지회 제공
양주시립예술단이 연습실에서 합주를 진행하고 있다. /양주시립예술단지회 제공

양주시립교향악단 소속으로 바순을 연주하는 이은경(47)씨는 ‘파리 목숨’ 신분이다. 악단에 들어온 15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주 노동시간이 9시간으로 묶인 ‘초단시간 노동자’여서 그때나 지금이나 악단 일로만 생계를 이어가기엔 팍팍하다. 공공기관에 속한 보통의 노동자들이 받는 주휴수당·퇴직금은 물론 4대보험의 온전한 보장도 먼 얘기다. 퇴직급여법은 계속 노동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와 1주 노동시간이 15시간(4주의 평균) 미만인 노동자를 퇴직급여 적용 예외대상으로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씨와 동료들은 투잡·스리잡이 일상이다. 예식장 ‘오부리’(연주 밖 행사의 업계 은어) 등을 뛰며 생활을 이어가는 건 5년차 단원이나 20년차 베테랑 단원이나 흔한 모습이다. 비닐 제조공장, 택배·물류창고, 배달노동 등으로 밥벌이를 하는 단원도 있다고 한다.

양주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 단원들이 초단시간 노동으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일터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들은 2018년 말 양주시의회의 운영예산 전액 삭감으로 60명 전원이 일방해촉(계약해지) 통보를 받기도 했다. 합창단 지휘자의 갑질 의혹에 대항해 단원들이 노동조합(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을 만든 게 결정적 구실이 됐다. 거리로 내몰렸던 단원들은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국회 등을 찾아 목소리를 냈고,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끝에 6개월여 만에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단원들이 노동시간을 늘려달라고 주장하는 건 단지 급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연주(노동)시간 확장이 곧 수준 높은 공연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단원들은 개인 연습시간을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절충적 대안을 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나뿐인 시예술단의 연습실을 교향악단(월·수)과 합창단(화·목)이 나눠 쓸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단체 연주 시간을 늘리기보다 개인시간을 일부 인정하는 이런 절충안이 알맞다는 것이다.

실제 용인시립예술단원들은 올해부터 개인 시간 4시간을 보장받으면서 주 근무시간을 16시간으로 늘렸다. 퇴직금, 4대보험 보장 근거와 더불어 개별 연습시간을 늘려 상임화의 징검다리를 놓은 셈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가 최근 양주시청 앞에서 주15시간 이상 노동의 상임화를 요구하는 거리집회를 열고 있다. /양주시립예술단지회 제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양주시립예술단지회가 최근 양주시청 앞에서 주15시간 이상 노동의 상임화를 요구하는 거리집회를 열고 있다. /양주시립예술단지회 제공

용인시립예술단원이자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장 김병주씨는 “그간 집이나 연습실에서 개인이 연습한 것을 ‘공짜노동’이라고 불렀는데 이제서야 제도로 인정받게 된 것”이라며 “양주·하남 등 초단시간 노동을 겪는 시예술단원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협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예술단 노조의 주 15시간 이상 요구는 계속 이어져 왔고, 이에 따라 시 재정부담이 증가하는 것도 충분히 검토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노조가 공문서 형식으로 요구하는 ‘확약 의견’은 실무진 차원에서 제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이후에나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가 안되는 개인 시간을 보장하는 내용은 인정하기 어렵고 시간을 늘리더라도 확보된 연습공간을 주5일(하루 3시간씩)로 나눠서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