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PC, 단번에 문제 해결 인식

모든것 해결하는 만능 도구 아냐

과학을 ‘단편적 해석’ 오해 생겨

적절한 질문 던지는 태도가 중요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얼마 전 인문학을 전공한 한 방송국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물리학 같은 첨단과학 개념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오히려 그 의미가 잘못 이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을 다루는 방송 작가조차 오해하는 관점을 가졌다면, 난해한 과학 개념에 직면한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인터넷과 유튜브, 소셜미디어 덕분에 과학 지식은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맥락을 벗어난 채 여기저기 적용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오늘은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서 생기는 이런 ‘이해의 간극’을 짚어보려 한다.

뉴턴의 기계론적 세계관은 17세기 과학혁명을 이끌었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운동하는 물체의 상태와 조건을 알면 그 미래도 운동법칙에 따라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이다. 이 덕분에 포탄의 궤도나 일식 같은 천문 현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다. 결정론은 뉴턴 이후 약 300년 동안 과학의 중심을 이루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상대성이론은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며, 관측하는 위치나 속도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이런 효과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는 입자나, 무거운 별처럼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환경에서만 두드러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차나 자동차의 움직임은 여전히 뉴턴의 법칙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럼에도 상대성이론이 알려지면서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라는 식으로 상대론이 인간관계나 사회 문제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과학 개념을 비유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20세기 초 과학자들은 원자와 전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이론인 양자역학을 발견했다. 양자역학은 레이저, 반도체, 스마트폰 등 현대 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가 주목받으면서 ‘양자 중첩’이나 ‘양자얽힘’ 같은 용어도 대중화되었다. 양자 중첩이란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여러 양자상태에 있을 수 있는 현상이고, 양자얽힘은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이런 신비로운 특성 때문에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지나친 기대와 환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모든 어려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양자컴퓨터는 큰 소수의 소인수분해나 복잡한 양자 계산 같은 특정 문제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기존 컴퓨터가 더 효율적인 영역도 여전히 많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과학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론이든 적용되는 범위와 한계가 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과학은 쉽게 ‘만능열쇠’처럼 보인다. 양자컴퓨터의 핵심 단위인 큐비트는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에도 쉽게 흐트러진다. 주변 환경이 끊임없이 양자의 결맞음을 파괴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려면 극저온이나 극진공 같은 값비싼 조건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천 개의 큐비트가 안정적으로 얽힌 상용 양자컴퓨터는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과학 이론은 제한된 조건 안에서 성립한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과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이처럼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한 지식의 습득을 넘어 ‘과학을 이해하는 힘’, 즉 ‘과학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각 이론이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유효한지를 알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중요하다.

과학 리터러시는 단지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엇이 과장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려내는 일은 이제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능력이 되었다. 과학을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는 과장된 기대와 오해에서 벗어나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일 것이다.

/이재우 인하대 교수·前 미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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