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인지·언어·정서 발달을 촉진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성을 배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모든 아동에게 놀 권리를 명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 여부를 떠나 모든 아동이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 아동들에게 놀이터는 여전히 넘기 힘든 문턱이다. 세계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마주한 경기도 내 장애 아동들의 놀이터 현실은 ‘소외’에 가깝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무장애 통합놀이터’의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로 도내에 조성된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올해 준공 예정지를 포함해도 고작 8곳뿐이다. 일반 놀이터 조성비가 2억5천만원인데 반해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10억원 가까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경사로를 만들고 보행로를 넓히는 당연한 배려가 예산이라는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아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에 어른들의 셈법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들이대는 현실이 안타깝다.
심지어 장애 아동 부모들은 놀이조차 치료나 학습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 근처 놀이터조차 무용지물이라면 부모와 아이가 느끼는 허탈감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놀이는 아이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소중한 통로다. 어른들이 물리적 장벽을 세워 그 문을 좁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무장애 통합놀이터는 결코 장애 아동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비장애 아동에게는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장이며, 노인과 임산부 등 모든 사회적 약자가 머무를 수 있는 쉼터다. 우리 사회는 이를 단순한 복지 비용이 아닌 사회 통합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그나마 경기도가 대안으로 추진 중인 ‘아이누리놀이터’ 리모델링 사업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 역시 예산 문제를 이유로 보행로 정비 수준에 그치거나, 설계 업체의 이해 부족으로 장애 아동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좋은 취지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세밀한 설계 자문과 교육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모든 아동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활짝 웃을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품격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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