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비용 급등·인건비 상승 부담 누적

인천은 제조업·유통 등 공존하는 특수구조

최소 5개사 모여 뭉쳐 작은사업 시작 추천

황현배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중소기업회장
황현배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중소기업회장

요즘 현장에서 만나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표정에서 어두운 경영 환경이 드러난다. 미-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건비 상승이 고착화되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더디다. 인공지능(AI)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리스크가 커졌고 변화 속도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각자도생의 한계에 봉착한 지금, 중소기업들에는 새로운 해법이 절실하다.

그 해법은 의외로 빠르게 찾을 수 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 바로 ‘중소기업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중소기업 조직화 및 협업사업 추진이다. 조합은 단순한 친목 모임이 아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법적 조직으로, 조합원 공동으로 원·부자재 구매, 시험·인증·검사, 상표개발 및 마케팅, 연구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실리형 네트워크이다. 특히 2021년부터 조합이 중소기업자로 인정되면서 금융·판로·인력·기술개발 등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사업에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협동의 성과는 이미 가시적으로 나와 있다. 전국에 890개, 인천에만 37개 조합이 협업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국내·외 전시회 개최를 통해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인 가구연합회, 물류센터 공동 운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조선해양기자재조합 등 다양한 업종과 사업에서 협동의 가치를 보다 확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공동사업을 수행하는 조합원이 수행하지 않는 조합원보다 평균 매출액이 34.4%, 평균 영업이익이 75.2%가 높다고 한다. 협력의 가치가 수익성 개선이라는 가시적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을 고려하면 조합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I 기반의 생산관리, 유통 플랫폼 구축, 데이터 통합 운영 등 이른바 AX·DX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시행착오의 부담은 크다. 이에 조합을 통해 함께 투자하고 정부·지자체의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은 부담을 덜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국회·정부·지자체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개별 기업이 혼자서 전달하기 어려운 현장 애로와 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도 뭉치면 큰 힘이 된다. 원자재, 물류, 인력, 인증 등 업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창구가 된다. AI, 데이터, 로봇, 신재생에너지 등 신(新)산업에 조합이 설립돼 업계 의견을 전달한다면 수요자 입장을 반영한 균형감 있는 정책과 제도를 수립할 수 있다.

특히 인천은 협업 모델이 절실한 도시다. 제조업부터 유통과 물류, 항만과 항공, 신산업이 공존하는 특수한 구조다. 서로 얽히고설켜 있기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함께 대응해야 하고 AI 등 신기술 도입은 한 업계만의 노력으로 속도를 내기 어렵다. 다행히도 인천시는 발 빠르게 중소기업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9년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토대로 3년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3개년 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인천시는 작년 발표한 제2차 3개년 계획을 통해 각종 공동 사업을 지원해 조합을 인천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선도하는 협업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막상 마음은 가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처음부터 큰 그림을 완성시키려 노력하기보다는 뜻이 맞는 기업이 최소 5개이상 모여 조합으로 뭉치고 원자재 구매나 마케팅 등 작은 사업이라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작은 작아 보여도, 결국 업계의 체질을 바꾸고 인천 경제의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해법은 나와 있다. 해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더 늦지 않게 선택해야 할 뿐이다.

/황현배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중소기업회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