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산재, 문제의식 더해
노골적 탄압 어려워져 조직화
탈퇴 종용 허 회장 재판도 한몫
SPC그룹 내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을 상대로 한 조직적 탈퇴 종용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SPC 계열사 곳곳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 설립 움직임(1월13일자 7면 보도)이 잇따르고 있다. 반복되는 산재 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에 더해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골적 탄압이 어려워진 여건이 맞물리는 등 조직화 흐름에 속도가 붙었다.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화섬식품노조 샌드팜지회가 설립되며 SPC 내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6개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에는 SPC 샤니 대구공장에도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새로 들어섰는데, 현재 성남 공장에서도 노조 설립을 위한 선전전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성남 샤니에서는 반죽기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진 바 있다.
이런 흐름은 SPC 계열사에서 반복되는 중대재해와 기존 노조의 대응을 둘러싼 내부 문제의식이 맞닿아 있다. 2022년 평택 공장 사망사고 이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안전경영에 1천억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산재는 10여 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새벽 작업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노동자가 사망했고 지난 10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노동자 2명이 손을 크게 다쳤다.
한상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정책기획국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과 관련해 하청·도급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및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문의와 시도가 이어지는 추세”라며 “SPC의 경우 중대재해와 산재가 빈번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 노동자들 스스로 답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직화 움직임의 배경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 탈퇴 종용 혐의로 진행 중인 허 회장 재판도 있다. 검찰은 2024년 4월 허 회장과 황재복 당시 피비파트너즈 대표이사 등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에서 피고인 19명을 대상으로 한 1심 재판이 2년째 진행 중이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SPC에서 사고가 계속 나는 것은 노무 관리를 노동조합을 통해 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동료들이 계속 죽거나 다쳐도 현장이 바뀌지 않으니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