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사고, 잘 선택하고, 오래 사용하라.”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말이다. 편리함과 속도를 지향하는 현대 소비의 속성을 저격했다. 부품을 못 구해서, 고쳐쓰기 귀찮아서, 수리비와 새 제품 가격이 비슷해서…. 새것의 유혹에 지갑을 여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느새 고장 난 물건에 대한 불편함은 새 제품이 주는 소유욕으로 맞교환된다. ‘지속가능성’은 구호로 남고, 실천은 번거로운 선택이 된다. 그러는 사이 자원은 더 빠르게 소모되고, 폐기물은 쌓인다.

소모적인 소비 흐름에 맞서는, 작지만 꾸준한 시도가 있다. 수원시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우산수리센터’다. 지난 2018년 5월 처음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로 3년간 중단했다가 2023년부터 다시 운영 중이다. 2024년 2천609개, 지난해에는 3천451개의 우산을 새것처럼 고쳤다. 우산수리센터 작업장 위에 고장 난 우산들이 대기 중이다. 하루 80~90개가 들어올 정도로 인기다.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의 손이 바쁘다. 살이 부러지고 찢어진 우산도 심폐소생술을 거치면 수명이 연장된다.

의왕시는 자전거에 진심이다. 2010년부터 자전거 이동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3월부터 11월까지 각 동 주민센터와 체육공원 등 15곳을 순회한다. 타이어 펑크 보수, 브레이크와 변속기 조정과 같은 기본 점검과 경정비가 무료다. 창고 속 자전거의 먼지를 터는 할아버지, 아이가 탈 세발자전거를 들고 온 아빠는 설레는 마음으로 순서를 기다린다.

두 지자체의 노력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폐기 대신 수리를 선택하는 소비문화의 전환이다. 시민들이 물건을 쉽게 버리게 되는 원인을 찾아 해결해준다. 기꺼이 시민 곁으로 찾아가고, 무료로, 빠르게 고쳐준다. 버리지 않게 만드는 장치들이다. 자원 절약과 함께 소비의 방향을 바꾸도록 도와준다.

지속가능한 소비는 거창한 실천이 아니다. 물건 하나를 더 오래 사용하는 일, 고장 난 제품을 한 번쯤 수리해보는 선택,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불편을 감수하자는 것이 아니라, 소비의 속도를 조금만 늦춰보자는 제안이다. 속도가 줄어들면 물건의 쓰임이 보이고, 선택의 기준도 달라진다. 오늘 4월 22일은 56번째 지구의 날(Earth Day)이다. 새것보다 익숙함에 가치를 두는 ‘고쳐쓰기’를 생각해 봄 직하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