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현장에서 최근 몇년 사이 체험과 놀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통계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1일 공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다. 전교조가 전국 분회장 789명에게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학교에서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한 인원은 전체의 53.4%뿐이다. 비록 전교조 분회장 대상 설문이지만, 여론조사기법에 대입하면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전체 교사의 인식을 대변하는 통계로 볼 수 있다.
교사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피 현상은 알려진 대로 2022년 현장체험학습 중이던 춘천시 한 초등학생의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담임교사와 인솔 보조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 2심 유죄 판결을 받자 전체 교사들이 집단 반발했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현장체험학습 사고에 대한 교사의 면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완전 면책과 거리가 멀다며 현장체험학습 기피로 형사책임 발생 여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전교조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체험학습 운영자 53%는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 25.9%, 교내 체험 활동 10.8%가 포함된 수치다. 반면 모든 형태의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했다는 응답도 7.2%나 됐다. 그나마 시행 중인 현장체험학습도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당일치기 소풍이나 교내 실내외 행사에 그치고, 교사 100명 중 7명은 학생에게 일체의 체험학습을 금지한다는 얘기다.
현장체험학습은 청소년들의 사회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교과과정이다. 체험이 빠진 교육은 죽은 교육이다. 교원들은 학교안전법 재개정을 요구한다. 미형사 책임의 핵심 근거인 사전예방 조치 기준과 면책 요건을 명시하자는 것이다. 학교안전법 개정 때 교원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국회의 책임이 크다. 상식적 범위에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학교안전법 재개정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명백한 유책까지 면책해 주는 입법은 가능하지 않다. 속초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반영하면 될 것이다.
현장체험교육이 전폐될 위기를 방치하면 국가의 교육대계가 무너진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교육의 대의명분은 법익과 단체의 이익만으로 재단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 교원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현장체험학습을 부활시킬 합리적 대안을 찾기를 바란다. 지금처럼 학생을 사회와 격리시켰다간 현장체험학습도 법으로 강제하자는 여론이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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