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개봉한 영화 ‘강철비’는 북한의 군부 쿠데타로 촉발된 남북 핵전쟁 위기를 그린 영화다. 관람객이 450만 명에 영화채널에서 무수히 재방한 줄거리는 반복할 필요가 없겠다. 영화에서 북한 쿠데타의 신호탄이 집속탄이다. 남파된 공작원이 주한미군의 MLRS(다연장로켓) 차량을 탈취해, ‘북한 1호’가 참석한 개성공업지구 북·중 행사장에 집속탄 2발을 발사한다. 현장에 있던 북한 군중이 떼죽음 당하고 중상을 입은 1호가 남한으로 대피하면서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스틸 레인(steel rain), 강철비는 집속탄의 별칭이다. 걸프전에서 미군 집속탄의 살상력에 질린 이라크군이 붙인 별명이다. 포탄과 미사일에 탑재된 수십~수백발의 자탄을 상공에 흩뿌려 목표 지점 일대의 병력과 무기를 초토화한다. 영화 강철비의 장면이 가소로울 정도다. 자탄만 바꾸면 전력과 통신망도 파괴하고 생화학무기 살포도 가능하다. 불발탄은 대인 지뢰로 남겨진다. UN이 2010년 집속탄금지협약을 발효한 이유다.

하지만 상시적인 안보위기 국가와 전쟁 당사국에게 집속탄은 방어와 공격의 핵심 전력자산이다. 레바논 전쟁 등 실전에서 집속탄을 활용했던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의 집속탄 공격에 방공망이 뚫리는 수모를 당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집속탄은 악마의 무기로 악명을 떨치는 중이다. 한국도 집속탄 보유국이다. 휴전국의 현실을 이유로 금지협약 가입을 거부했다.

북한이 지난 20일 집속탄두를 장착한 지대지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사진 속 해상의 섬 하나가 자탄들의 폭발에 완전히 갇힌 사진이다. 전날 북한 1호 김정은 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참관했다고 밝혔다. 시험에 사용된 지대지 미사일 사거리가 160㎞라 한다. 오산 공군기지,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등 한미 전략자산이 사정거리 안에 있다. 휴전선 기준 접경지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실전을 상상만 해도 숨이 멎을 지경이다.

영화 강철비에서 남한은 북한 1호를 돌려보내고 북한 핵무기 절반을 받는다. 남북이 상호 핵무장으로 전쟁을 억제한다는 얘기다. 현실에선 공상이다. 북한이 절대무기 핵미사일을 배경으로 재래식 무기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속탄 미사일 한 발에 축구장 예닐곱개 면적이 가루가 된다. 적대국 대한민국을 향한 심리적 도발이 선을 넘나든다. 한국의 핵무장 여론을 재촉하는 역풍을 자초할지 모른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