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국이기에 가능한 수식이다. AI(인공지능) 열풍 속에 데이터가 산업의 혈액이라면, 메모리는 혈액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다.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초고수익 기세가 놀라울 정도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매출 52조5천762억원, 영업이익 37조6천102억원,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다. 전년 대비 각각 198.1%, 405.5% 급증했다. 영업이익률 71.5%라니 산업의 수익구조가 재정의되는 수준이다.
삼성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정미사업을 했던 이병철 선대회장은 1938년 대구에 ‘삼성상회’를 열었다. 건어물, 국수, 곡물 같은 생활필수품을 팔았다. 동네 장사와 무역의 경계선 위에 서 있던 작은 상점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이름에 ‘삼성(三星)’을 담았다.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는 뜻이었다. 삼성전자의 궤적을 설명하는 예언이 됐다. 삼성은 1974년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1983년 64K D램 개발 성공 후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룹 내 ‘미운 오리’는 자원 없는 나라의 생존카드가 됐다.
SK하이닉스의 뿌리는 1953년 수원에서 찾을 수 있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흩어진 부속품을 모아 폐허가 된 선경직물을 재건했다. 1950~1960년대 닭표 안감과 봉황새 이불감은 히트상품이었다. 이후 1980년 유공 인수, 1994년 한국이동통신 경영 참여로 영역을 확장했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 ‘행복날개’를 단 하이닉스는 2013년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 2019년 128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 양산, 2021년 4세대 HBM3 개발 등 ‘세계 최초’ 기록을 갈아치웠다.
건어물을 팔던 가게와 섬유 공장이 오늘날 AI 시대의 심장이 됐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움직이는 ‘삼전닉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마음의 씨앗을 뿌리면 언젠가는 큰 나무가 된다.” 수원역 인근 ‘수원시 희망글판’에 쓰인 최종건 창업회장의 어록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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