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매 공물 요구했던 몽골의 왕
쥐잡이 고양이 키우고 양식 보전
남의 비둘기 탐내 궁 들인 기록도
지난 18일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 강화자연사박물관 옆에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보호자를 위한 맨발 걷기 시설과 그늘막 등 간단한 휴게 공간도 마련돼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해 강화군에서 지었다. 동물등록을 했으면 누구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 인구가 1천500만 명에 달할 정도라고 하는데 그 반려동물의 종류도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새, 파충류 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반려동물 사랑은 고려시대에도 대단했다. 동네 사람끼리 소송이 자주 일어날 정도로 인기였다. 비둘기, 매, 꿩, 앵무새, 고양이 등 그 반려동물의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고려의 반려동물이 몽골이나 일본에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고려의 매를 아낀 몽골의 왕은 요자(子)라고 부르는 새매를 특별한 공물로 요구하기도 했다. 요자는 고려에만 있는 명물이었던 모양이다.
1262년 9월, 몽골은 사신을 보내 요자를 요구했다. 고려는 그달을 넘기지 않고 요자 20마리를 보냈다. 고려에서는 이듬해 5월에도 몽골에 요자를 바쳤다. 이 요자라는 새의 정체는 뭘까. 요자는 새매라고도 하고 익더귀라고도 한다. 사냥할 때 이용하는 몸집이 작은 매를 새매라고 한다. 그 새매의 수컷을 난추니, 암컷을 익더귀라고 부른다. 그러니 요자를 요즘 말로 하면 암컷 새매라고 할 수 있다.
요자는 사냥하는 매를 일컫는데, 이상하게도 그 매의 사냥감이 되는 수꿩인 장끼를 나타내는 한자도 요(?)라고 쓴다. ‘고려사절요’에 보면, 1275년 5월에 전라도 안찰사와 장흥부 부사가 이 장끼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고 죽였다는 이유로 파직당하기도 했다. 새매인 요자도 반려동물이었고, 장끼 역시 반려동물로 인기였던 듯하다.
고려의 새는 몽골뿐만 아니라 일본에서까지 귀한 대접을 받았다. 1248년 10월에 어떤 일본인이 고려의 산새 2마리를 가마쿠라 막부에 바쳤다는 기록을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역사서인 ‘아즈마카가미(吾妻鏡)’에 실린 이 기록에는 새의 종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고려의 새가 일본 지배층의 애완물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고려의 일반 백성들도 매와 비둘기 같은 반려동물 키우기에 푹 빠져 있었다. 1227년 12월에는 어사대(御史臺)에서 동네(閭里)에서 집비둘기·매(鷹)·새매(?) 기르는 것을 금지시켰다. 소송이 많았기 때문인데, 그 소송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서로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소유권 다툼이 아니었을까 싶다.
왕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민간의 어떤 집에서 키우는 비둘기가 얼마나 예뻤는지, 왕이 그 비둘기를 궁궐에 가져왔는데 신하들의 만류로 다시 그 주인에게 돌려줬다는 얘기도 있다. 1279년 3월, ‘왕이 남의 집 비둘기를 잡아 수강궁(壽康宮)에 들였는데, 이지저·차득규가 그 불가함을 아뢰어 돌려주었다’는 ‘고려사절요’ 기록은 고려시대 반려동물 키우기와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 왕마저도 민간의 반려동물에 욕심을 냈다는 것이며, 왕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민간의 반려동물을 빼앗지 못했다는 내용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반려묘도 많았던 듯하다. 반려묘 키우기는 고양이가 예뻐서이기도 했지만 주 목적은 쥐잡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규보의 시를 통해 당시 민간에서 고양이 키우는 장면을 엿볼 수 있다. 34세 개성 시절에 쓴 ‘검은 고양이 새끼를 얻다(得黑猫兒)’는 제목의 시를 따라가 보면, 검은 고양이 새끼가 눈은 파랗고 범 새끼처럼 생겼는데 참새 고기를 먹여 키웠다. 고양이를 키운 뒤로 그렇게도 설치던 쥐떼가 사라져 양식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고 이규보는 좋아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시로 읊었다. 강도(江都) 시기, 그가 73세이던 1240년에 쓴 ‘고양이를 나무라다(責猫)’란 시에서 이규보는 자신이 감춰 둔 고기를 고양이가 몰래 훔쳐 먹고는 천연덕스럽게도 이규보가 자는 이불 속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고 나무라면서 쥐가 밤낮으로 날뛰는 책임이 자신과 함께 먹고 자는 고양이에게 있음을 꾸짖고 있다.
고려의 수도 강화에 새롭게 등장한 ‘반려동물 놀이터’에 가면, 고려시대 반려동물의 세계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역사도 참으로 오래되었다. 그 문화의 깊이 또한 무척이나 깊다.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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