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부터 개최된 고양국제꽃박람회는 화훼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국에서 유일한 박람회이자 지역 축제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꽃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가 매일 펼쳐지는데, 사실 매년 이 같은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1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해 꽃을 가꾸고,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25만㎡ 곳곳에 콘텐츠를 채워나간다. 식물 특성상 꾸준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박람회를 개최하려면 1만명이 넘는 인력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를 만든 주역들을 차례로 만나 그들에게 이 행사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신품종 개발로 화훼산업 위기 극복하는 권기현 고양시 화훼신품종연구회장
“화훼농가에선 해마다 어떤 품종을 키울지 고민에 빠집니다. 유행에 민감한 화훼 특성상 매년 정보 경쟁, 눈치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또 그것이 매번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요즘엔 저렴한 가격의 수입 꽃도 많이 들어와 점점 우리 화훼농가들의 설 자리를 위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개발한 신품종은 화훼농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시에서 30여 년간 화훼농장을 경영해 온 권기현 화훼신품종연구회장은 화훼 신품종 개발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화훼 신품종 개발은 육종기술을 활용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식물의 형태나 무늬, 특성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돌연변이를 이용하기도 하고, 접목 등으로 두 식물을 붙이거나 유전자를 조작하기도 한다. 벼나 장미처럼 난이도가 높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품목의 신품종 개발은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물은 권 회장과 같은 민간 육종가의 손을 거친다.
“이를테면 줄기의 길이가 긴 관상용 아스파라거스를 짧게 만들어 소담한 느낌으로 만들거나, 베고니아 잎사귀에 특별한 무늬가 생기도록 만들 수 있죠. 한 품종에서 전에 없던 특이점이 유의미하게 생기면 종자원에 등록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특허와 비슷한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신품종은 거꾸로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화훼농가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일인거죠.”
권 회장을 비롯한 고양시 화훼신품종연구회 회원들은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에 신품종 수십여종을 전시하고 해외 바이어 등을 만날 예정이다. 꽃 산업이 발달한 국가의 기업들은 이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매년 박람회장을 직접 찾아 우리나라의 신품종 개발 현황을 확인한다고 한다.
고양국제꽃박람회재단은 2023년부터 육종분야 민간단체를 박람회에 초청해 해외 업체와의 연결을 돕고 있는데, 이젠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결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최근 제가 개발한 품종 중 하나가 네덜란드의 회사의 관심을 사 협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해외시장 판로가 열린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계속 외국에서 로열티를 주고 꽃 품종을 사오는 국가였지만, 민관이 협력해 신품종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면 K팝처럼 대한민국만의 꽃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꽃박람회는 저희같은 민간육종가들에겐 좋은 기회입니다. 해가 갈수록 민간육종가들의 참여율도 높아지고,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도 늘고 있어 올해도 기대가 큽니다.”
고양/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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