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때문에 국운이 엇갈린 전쟁들이 있다. 13세기 쿠빌라이 칸의 몽골(원나라)은 고려 연합군과 두 차례 일본 정벌에 나섰지만 태풍 때문에 실패했다. 일본은 이 태풍을 ‘신풍((神風)’, 카미카제라 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16세기 칼레 해전에서 태풍에 박살났고, 영국은 해상 패권을 독점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그래도 역사와 신화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바람은 제갈량의 동남풍이다. 망조 들린 후한의 승상 조조는 천하통일을 꿈꾸며 장강(양쯔강)의 적벽에서 유비, 손권 동맹군과 대치했다. 수전에 약한 조조군은 배들을 묶어 육지처럼 만들었다. 겨울 북서풍을 등지고 있어 안심한 조조의 연환계를 유비의 제갈량이 동남풍을 불러와 불태웠다. 정사에도 등장한 동남풍이지만, 삼국지연의는 제갈량이 제사로 불러낸 동남풍으로 각색했다. 아무튼 적벽대전의 동남풍으로 제갈량은 위·촉·오 천하삼분지계를 실현했다.

선거도 바람을 탄다. 바람의 근원은 민심이다. 민심의 순풍을 타면 이기고 역풍에 꺾이면 패한다. 대개는 순풍과 역풍이 교차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여야가 승패를 나눈다. 오늘이 6·3 지방선거 D-37일이다. 민주당의 기세가 양양하다. 윤석열이 초래한 계엄역풍과 국민의힘이 자초한 탄핵역풍이 햇수로 3년째 민주당에겐 거대한 순풍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부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로 동남풍을 예고해 눈길을 끈다. 전국 선거판세를 장악한 민주당 연환계의 약점으로 부산·경남을 지목했다.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의 드루킹 전과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의 까르띠에 시계가 한동훈이 기원하는 동남풍의 배경이다. 맞다. 여야의 순풍과 역풍이 미세한 차이면 감행하기 어려운 공천이다. 2심 유죄인 김용이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을 요구하는 민주당이다. 민심의 차이가 미세하면 거대한 역풍을 불러올 요구다.

거대한 순풍에 올라탄 민주당이 오만과 불찰로 심어놓은 역풍의 기미다. 한동훈의 동남풍이 그럴듯한 이유다. 하지만 진짜 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제갈량의 동남풍은 손권의 장수 황개가 화선(火船)을 이끌고 조조 수군에 돌진했기에 신화가 됐다. 한동훈의 동남풍은 외롭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에게 불화살을 날린다. 천시를 누리고 천기를 감당하기엔 무도한 국민의힘의 지도부이고, 터무니없이 난잡한 보수의 분열상이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