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한달 앞두고 인권영향평가

수원내 투표소 일부 접근성 불편

경사로 없거나 가파른 문제 확인

문 좁아 전동휠체어 진입 제한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제9회 지방선거 투표소를 점검하기 위해 수원시 권선구 버드내경로당을 찾은 전화진(74)씨가 가파른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2026.4.2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전동휠체어를 타고 제9회 지방선거 투표소를 점검하기 위해 수원시 권선구 버드내경로당을 찾은 전화진(74)씨가 가파른 경사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2026.4.23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전국 주요 지자체가 투표소 인권영향평가에 나선 가운데 최근 경기도 내 최대 유권자 도시인 수원시에서도 인권담당관과 인권영향평가단 19명이 접근성·출입 환경·시설 이용·과거 권고사항 등 크게 4개 항목을 기준으로 관내 투표소 10곳을 점검했다.

경인일보 취재진도 같은 항목을 토대로 현장을 평가한 결과 접근성 문제가 두드러진 투표소 4곳이 확인됐다. 반나절 돌아본 현장에는 헌법이 보장한 ‘1인 1표’와 경사로 하나 없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첫 방문지인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투표소에 올라서자 기둥과 벽이 이동 공간을 제약했다. 전동 휠체어가 방향을 틀려면 전후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설상가상, 장애인 화장실은 투표소가 있는 3층이 아닌 1층에 있었다.

이어서 찾은 권선구 버드내경로당은 진입 자체가 문제였다. 진입로부터 경사가 가팔랐고 전동 휠체어는 아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요청이 있을 경우 외부에 간이 투표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전요청’이라는 전제가 이미 하나의 장벽이라는 게 당사자들의 지적이다. 인근에 학교 등이 없어 장소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원시 권선구 여기산공원 게이트볼장 내부에서 바라본 출구 방향.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방향에만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들어올 수는 없지만 나갈 수는 있는, 반쪽짜리 경사로다. 2026.4.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수원시 권선구 여기산공원 게이트볼장 내부에서 바라본 출구 방향.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방향에만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들어올 수는 없지만 나갈 수는 있는, 반쪽짜리 경사로다. 2026.4.23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관내 이색 투표소로 한때 화제가 된 권선구 여기산공원 게이트볼장에서는 묘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었다. 그런데 역으로 건물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방향에는 경사로가 있었다. 들어올 수 없지만 나갈 수는 있는 경사로. 현장 평가에 참석한 한 위원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설계 구조”라며 고개를 저었다. 투표소 인근 화장실 앞에는 경사로가 있었지만 턱이 있어 전동휠체어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가기도 했다.

가장 열악했던 곳은 영통구의 A아파트 내 탁구장이었다. 출입문 폭이 0.72m에 불과해 전동 휠체어 진입에 필요한 베리어프리 인증 권장인 1.2m에 한참 못 미쳤다. 전동 휠체어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 투표를 하려면 수동 휠체어로 옮겨 탄 뒤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화장실은 탁구장 내부에 없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점검한 전화진(74)씨는 “건물 지을 때는 전동휠체어 같은 걸 생각 않고 그냥 지었기 때문에 문이 좁다든가 턱이 있어서 애로 사항이 많다”며 “법적으로는 경사로가 다 있어야 되는데 옛날 건물들은 안 된 데가 많다. 그런 곳을 발굴해 장애인들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요구는 거창하지 않다. 경사로 하나, 넓은 문 하나. 이 작은 요구는 장애인을 넘어 다른 이동약자 문제로도 확장된다. 유아차를 끌고 온 부모, 거동이 불편한 노인, 짐을 든 시민 등 모두가 좁은 문과 높은 턱 앞에서 같은 불편을 겪는다.

남궁선아 경기도 지체장애인협회 수원시지회 활동가는 “2~3㎝ 되는 턱만 있어도 전동휠체어가 전복될 위험이 있다”며 “투표권을 가진 분들이 못 가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3㎝’의 턱 하나가 민주주의를 가로막고 있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